Column

그 음악을 들려줘요~ DJ! 심야 전문 음악 방송의 부활을 꿈꾸며...

성우진의 ‘우락부락(友樂不樂)’ (제15회)

성우진·p.125-127

시대도 참 많이 변했지만 방송 환경과 유행, 문화 트렌드는 그 변화를 더 실감하게만들기도 한다. 쇼, 코미디, 오락 프로그램이 전 국민적인 인기를 얻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예능’이라는 단어로 텔레비전의 대표적인 인기 프로그램들이 대변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리얼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리얼 다큐멘터리 형식의 방송들이 요즘 우리 방송가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오락 프로그램들도 그저 실없는 상황과 웃음만을 추구하고 드라마들도 시트콤을 능가하는 억지 전개에 막장에까지 이르고 있으니 당연히 코미디나 개그 프로그램들이 예전만 못한 반응과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전혀 예상치 못 했던 인물들이나 스타들이 각본 없이 시시각각 엉뚱한 상황에 처하고 웃겨주는데, 대본에 맞춰 전개하면서 웃겨야 하는 개그 코너들이 예전 같이 다가올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유행어 나올 정도의 반응 정도면 성공한 개그 코너가 되는 상황이다.

점점 이런 트렌드와 비주얼 중심적인 방송 제작 환경이 조성되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몇몇 대표적인 MC들과 매번 고만고만한 출연진들 위주로 비슷하게 만들어지는 방송들을 봐야만 한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일단 그게 편하고 소위 ‘안전빵(?!)’이니 말이다. 그야말로 시청률만 나온다면 도덕적이나 법적 문제 등만 없다면 대충 이해되고 넘어가며 더 부추겨지는 시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수도권 중심의 지상파 3개사의 본사에서 제작하는 전문 음악 라이브 프로그램이 겨우 하나만 남아 있고 그나마도 예전에 비해서는 출연진에 있어서도 약간 의아해지는(“이런 뮤지션이나 그룹이 이 프로그램에?”하는) 이름들이 들어갈 정도로 넓어진 상황에서 요즘의 우리 대중음악계(굳이 ‘가요’라든지 ‘K-Pop’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고 싶다)의 인기와 추세를 알 수 있다는 순위 프로그램들은 어느 때부터 소위 ‘아이돌’이라는 의아한 표현을 부여받은 보이/걸 그룹들이나 남녀 솔로들이 거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역시 주말마다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견 뮤지션들이나 신인들이 이런 프로그램의 출연 기회를 잡으려면 그야말로 엄청나게 운이 좋거나 무한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알만한 관계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대략 이런 프로그램들이 3~5% 정도의 시청률이 나온다고 하니 그나마 잘 나가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이나 드라마에 비해서는 턱도 없이 모자란 형편이라 우리 가수들은 노래를 하려는 목적이 아닌 퀴즈를 풀거나 개인기와 수다, 너스레를 떨어줘야 하는 토크 및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는 잠깐의 짬을 노려서라도 자신의 이름과 곡들을 홍보하고 있으며, 심지어 직업을 병행하며 연기를 하다가 아예 가수라는 직업은 집어치우고 배우로 전업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TV쪽이 이럴진대 라디오의 경우는 더욱 열악하고 안 좋은 상황에 처해진지 오래다. AM 주파수가 표준FM이라는 이름으로 수용되면서 사실 그저 단순하게 라디오를 즐기는 입장에서는 정통 음악FM과 표준FM을 구분하기도 마땅치 않은데다가 그 기준점이나 방송 스타일에 있어서도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일부 클래식 음악 위주의 채널을 제외하고는 거의 게스트들에 의해 좌우되는 떼거리 토크 수다 형식이나 청취자들의 편지나 사연 읽어주는 것이 현재 대부분 라디오 프로그램들의 기본 구성이다. 이미 예전과는 달리 팝과 우리 대중음악의 비중 자체도 1:9 이상의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각 음악FM마다 겨우 하나 정도의 정통 팝 프로그램들(2시간 편성 기준)이 남아 있다고 하면 다행인 것이 현실이다. 하루 2시간 주어지는 틀 안에서 최신 팝에서 과거의 명곡들까지 소화 해내려니 그 선곡의 버거움은 이루 말하기 힘들며 좀 더 전문적으로 음악을 즐기는 매니아들은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기가 참 갑갑하고 한숨 나오는 현실이다.

그나마 대표적인 팝 전문 프로그램들은 이렇다 치고, 나머지 9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 대중음악들을 위주로 선곡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은 어떤 상황인가. 대부분 배우나 개그맨 가수들, 혹은 각사의 아나운서들이 차지하고 있는 소위 DJ들은 대부분 프로듀서가 선곡을 하고 작가들이 구성하고 대본을 쓰면 그것을 바탕으로 읽고 참조하며 진행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일부 방송사나 프로그램들은 방송 콘솔을 조정하는 엔지니어까지 따로 배치되어 있는 상황이기도 하니 진행자에게는 그저 마이크 하나와 원고들만 주어지는 상황이라 엄밀히 말하자면 MC 형식이지 단어 그대로 라디오 DJ로서 방송을 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진행자만 다를 뿐이지 그다지 형식이 다르지 않은 오프닝에 이어 매일 코너와 신청곡, 게스트 출연 등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방식에 선곡마저도 마치 서로 담합을 한 것처럼 최신 홍보 음반에서 제작자나 매니저들이 표시해놓은 곡들 위주로 흘러나온다.

정말 지겨울 정도로 비슷하고 같은 곡들만이 주를 이루며 방송에서 흘러나오는데, 곡이라도 많이 들려주면 그나마 다행이라 할 정도로 한 시간에 개인적인 수다들이나 ‘농담 따먹기’ 정도의 대화로 1시간에 2~3곡 이하의 선곡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약간 시간대별로 왕년의 우리 대중음악들이 나오는 형식상의 프로그램들이 아니라면 몇몇 선곡이 나은 방송들을 제외하면 그 나물에 그 밥인 프로그램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다양한 외국의 대중음악들을 장르별로 못 들어서 생긴 불만도 있긴 하지만, 우리 대중음악(가요)이라 하더라도 좀 더 다른 관점이나 시각을 가지고 선곡하고 정보를 더해서 음악 자체를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은 요원한 편이다. 각 앨범에서 숨겨져 있는 좋은 곡들이나 언더그라운드, 인디 계열을 망라해서 다양한 장르와 음악들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들은 요즘엔 더 흔치 않다. 하긴 그런 앨범들을 일일이 찾아서 구입하고 비치하는 방송사들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일부러 홍보용으로 전하거나 심의용으로 넣어두지 않는 이상).

방송작가라는 직업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로 새벽시간의 전문방송 작가를 오래 담당하며 진행한 편인데, 한때 많은 락 뮤지션들과 락 매니아들이 아껴주던 인기 심야 프로그램이었던 MBC-FM의 ‘깊은 밤엔 락이 좋다’를 담당할 땐 참 많은 격려를 받았고 국내외의 다양한 락 밴드들을 직접 출연시켰으며, 스태프들이 자체적으로 준비해 라이브 클럽에서 공개방송도 만들어 좀 더 애청자들에게 다가서기도 했었다. 당시 ‘오딘’ 같은 국내 밴드들은 MBC 라디오 역사상 첫 방송 출연이자 곡이 방송되는 사례이기도 했다.

지금의 중견 밴드 멤버들이나 음악평론가 및 음악 매니아들이 기억하는 대표적인 전문방송들이 있었다. 바로 전영혁, 성시완 선배가 직접 본인의 음반으로 선곡하고 전문적인 소개와 해설을 해주던 심야 전문 음악 프로그램들. 나도 학창시절엔 밤잠을 아껴가며 카세트테이프에 통째로 방송을 녹음해가며 공부를 하며 곡을 모으던 그런 시기였다. 나에게는 그야말로 스승이자 교과서 내지는 정보통 역할을 해주던 그런 존재였다. 계속 모르는 곡들만 나오면 나중에는 오기가 발동해서 더욱 음악에 심취하며 공부하게 됐었고 방송에 나오는 귀한 음반들을 익히며 그것들이 나의 음반 컬렉션 목록이 되기도 한 시절이다. 이 글을 읽고 있을 수많은 락커들이나 음악 관계자들이라면 대개는 다 가지고 있을 추억이 아닐까 싶다.

모든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아는 곡들과 신청곡들 위주로 방송되는 음악다방이나 음악 감상실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비록 처음엔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좋은 곡들을 찾아 소개하고 음악에 대한 흥미와 진지한 감상 태도를 더하게 해준다면 그것만큼 좋은 공부와 존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장르별로 전문 방송을 만들어달라는 생떼는 쓰지 않겠다. 다만, 일부 새벽시간을 이용해서라도 마치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그런 심야 전문 음악 방송을 하나씩이라도 돌려줄 수는 없는지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그래야 블랙홀의 ‘새벽의 DJ’ 같은 곡의 뒤를 이을 사연 있는 국내 밴드들의 곡들도 계속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에게 새벽시간의 벗이자 스승을 돌려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다시 가져본다.

원본 지면 (p.125-127)· 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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