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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가득한 밤하늘로부터의 속삭임, 브리티시 포크/포크락의 구도자
김경진의 ‘명불허전(名不虛傳)’ (제14회)
Donovan (3)
1970년대에 들어서며 도노반이라는 이름은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다. 사실 70년대 이후의 도노반의 작품들은 뛰어난 음악성과 실험성, 서정적인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변화한 시대와 사람들의 음악 취향에 맞춰가지 못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겪어야 했던 힘든 상황들 또한 그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60년대의 수많은 히트곡들과 높은 앨범 판매량으로 커다란 부를 쌓고 있었지만, 악명 높은 영국 정부의 세금 정책은 그로 하여금 고국을 떠나 세계 투어를 계획하게 했다. 하지만 12개월간의 타지 생활로 인해 그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극도의 피로를 맛봐야 했고, 결국 영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막대한 세금을 물어야 했고 그로 인한 혼란은 도노반의 명예와 삶의 기반 자체를 뒤흔들었다. 이때 그의 영혼에 단비와도 같은 역할을 했던 사람이 바로 린다 로렌스(Linda Lawrence)다. 이미 5년 전 도노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녀는 이제 영원한 그의 동반자가 된다. 이들 둘은 결혼을 하여 아일랜드로 이주해 새로운 가정을 꾸몄다. 린다와의 사랑, 생활의 안정과 마음의 평온한 상태로 인해 도노반은 새로운 힘을 얻게 되었다. 이후의 여러 걸작들이 나올 수 있게 된 바탕에는 린다 로렌스라는 여인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1970년, 프로듀서인 미키 모스트와 결별한 도노반은 라이브와 스튜디오 녹음을 위해 자신의 밴드 오픈 로드(Open Road)를 결성하여 6월의 프로그레시브 뮤직 페스티벌(Bath Festival Of Progressive Music)과 8월에 있었던 와이트섬 페스티벌(Isle Of Wight Festival)에 참여한다. 1972년, ‘쉘부르의 우산(Les Parapluies De Cherbourg)’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감독 자크 드미(Jacques Demy)의 영화 ‘피리 부는 사나이(The Pied Piper)’(1971)에 주연 배우로 출연했던 도노반에게 새로운 제안이 들어온다.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의 감독 프랑코 제피렐리의 또 다른 걸작인 ‘브라더 선 시스터 문(Brother Sun Sister Moon)’의 음악을 맡게 된 것이다. 12세기 이탈리아 아시지의 성자 프란체스코(St. Francesco)의 이야기를 담은 이 뛰어난 작품에서 도노반은 멋진 영상에 어울리는 뛰어난 음악을 선보였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신비로운 안개를 뚫고 은은히 퍼지는 ‘Long Ago Lazy Day’나 아름다운 들판을 헤매는 젊은 프란체스코의 마음을 표현해낸 ‘On This Lovely Day’ 등 지극히 아름다운 노래들과 함께 탁월한 영상이 주는 감동은 한없이 커진다.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던 그는 미키 모스트와 재결합을 하고 새로운 앨범 [Cosmic Wheels](1973)를 발표했다.
꾸준한 앨범 활동을 펼쳐온 그는 [Donovan](1977)을 끝으로 잠시 휴지기에 들어간다. 1980년 8월,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에서 개최된 에딘버러 페스티벌(Edinburgh Festival)에 출연한 이후 새로운 앨범 [Neutronica]가 발매되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만 선보인 이 앨범은 평범한 사운드로 일관되어 다소 실망을 안겨줬다. 이듬해인 1981년에 그는 베이시스트 대니 톰슨과 색소폰 주자 토니 로버츠(Tony Roberts), 그리고 드러머 존 스티븐스(John Stephens)와 새로운 밴드를 결성한다. 이들과 함께 한 또 하나의 평범한 작품 [Love Is Only Feeling] 역시 독일에서 발매되었다. 1984년 작 [Lady Of The Stars]로 도노반의 80년대는 실질적으로 마감된다. 새로이 주목을 받게 된 그의 앨범은 1990년에 발표한 [Donovan Rising]이다. 영국에서 [The Classics Live]라는 제목으로 발매된 이 작품은 그가 1982년부터 1986년 사이에 행한 월드 투어에서 발췌한 18곡을 담고 있다. 1992년에는 도노반의 모든 히트곡들과 데모 버전, 미발표곡 등 44곡을 담은 박스 세트 [Troubadour: The Definitive Collection 1964-1976]가 발매되었다. 1996년에는 그의 성숙한 매력과 함께 멋진 재능이 녹슬지 않았다는 사실을 드러낸 [Sutras]를 발표하여?도노반을 그리는 많은 이들을 기쁘게 했다. 이후에도 그는 어린이를 위한 앨범 [Pied Piper](2002), 색다른 사운드를 선보인 [Beat Cafe](2004)와 [Ritual Groove](2010), 그리고 [Shadows Of Blue](2013) 등의 앨범 발표와 꾸준한 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원본 지면 (p.120-121)· 2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