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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reeze
밴드 결성 10년을 기념하는 세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
브리즈는 그 출발부터 다른 밴드들과 움직임이 좀 달랐다. 일찌감치 기획사에 발탁되어 활동무대가 동시기에 활동하던 소위 ‘인디’밴드들과 많은 차이가 있었으며, 어쨌거나 그 움직임이 피동적이라는 점은 주변 밴드들과 브리즈가 가장 커다랗게 구분되는 벽과도 같았다. 그런 브리즈가 두 번째 음반이 발표된 지 9년 만에 새로운 음반 [Alive]를 발표했다. 9년이라는 시간은 밴드에게 있어서 내적이나 외적인 부분 모두에서 많은 변모를 가져오도록 만들었다. 물론 그 변모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능동적’ 브리즈로 바뀐 점이다.
브리즈는 2004년 두 번째 음반을 발표하고 활동을 벌이다가, 2005년 멤버들의 의견을 모아 활동을 중단했다. 그리고 2009년 강불새(보컬)와 노주환(기타)으로 재결성, EP [Begin A New]를 발표한 뒤 정태균(베이스)과 이연우(드럼)가 가세하여 현재 활동하고 있는 4인조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후 몇 곡의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그 활동은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활동이었다. 때문에 적극적으로 그들의 음악을 찾아듣지 않았던 이들에게 이들의 신보는 말 그대로 9년 만에 활동을 다시 시작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경제적인 부분이나, 밴드 내부적인 여러 문제들로 인해서 활동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친형인 알렉스(다운헬의 기타)의 소개로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오래도록 준비해왔던 정규 음반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밴드 결성 후 처음으로 능동적으로 움직였다고 할 수 있다.”
노주환의 이야기처럼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은 2년 이상 준비했던 세번째 정규앨범의 탄생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밴드의 멤버들보다도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브리즈의 오랜 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장치는 브리즈와 같은 밴드들에게 오아시스와도 같은 활력소가 된 것이다. 사실 브리즈의 세 번째 정규앨범 음원을 받아보기 전까지 수록된 음악에 대해서 반신반의했다. 2집과 이번 앨범 사이에 발매된 싱글들 역시 충분히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던 건 분명하지만, 어쩐지 브리즈의 한쪽 면만을 강조했다는 느낌 역시 지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한쪽 면이란 바로 서정적인 락발라드 풍 음악이다. 2집 앨범에 수록되어 밴드의 대표곡이 된 ‘뭐라할까!’의 연장선에서 안주하려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단 얘기다. 물론 이러한 의구심은 음반을 트레이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스피커를 통해 명쾌한 답변으로 다가온다. 오히려 ‘Try To Remember You’와 같은 발라드 넘버를 들어보면 ‘뭐라할까!’를 벗어나고 싶었다는 노주환의 이야기처럼, 유사한 듯하지만 9년이라는 시간동안 무르익은 브리즈를 만날 수 있다. 지나온 시간은 정체되어 머무른 시간이 아니라 숙성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앞서 의구심에 대한 답변이라 얘기한 것처럼 오프닝 트랙 ‘Divide’의 저돌적인 공격성은 정통 하드락 스타일의 리프를 가진 ‘Wise Saying’으로 이어지며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선방’을 날린다. ‘Wise Saying’의 선동적인 후렴구는 뜨거운 공연장의 함성이 느껴지는 듯 생생하다.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곡의 이미지가 시각적으로 그려지는 ‘나만의 Number’는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서 언제나 ‘베스트 5’를 이야기하던 존 쿠삭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미치도록 음악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수작이다. 그 실력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밴드의 일원으로 존재했기에 최전선에서 한 발짝 뒤에 있던 기타리스트 노주환이 ‘작정하고’ 손을 푸는 ‘내가 제일 쎄’와 ‘후끈해’는 오히려 트랙을 되짚어가며 다른 곡에서의 기타 사운드를 체크하게 만드는 저돌적인 트랙들.
“파워풀하고 스트레이트한 음악에서 브리즈 특유의 서정적인 곡까지, 색다른 변신보다는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담으려 노력한 음반이다.”
라는 강불새의 이야기처럼 오랜만에 발표한 정규앨범이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으로 접할 수 있는 음반이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숙성기간을 제대로 거친 와인처럼 들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포스트그런지, 하드락, 모던락 등 여러 스타일들이 브리즈라는 이름 안에서 공존하는, 얄밉도록 잘 빠진 음반이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규앨범을 발표하지 않았던 게 억울할 정도로.
ALIVE
원본 지면 (p.100-101)· 2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