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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A
단언컨대, 2013년 최고의 조선 락 앨범!
AFA(Alchemy From Ashes)가 비록 에코브리드 레이블의 수석 프로듀서인 제이크 장이 미국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꾸려왔던 밴드라지만, 그 이름은 생소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제이크 장의 음악적 주 업무는 바로 스눕독(Snoop Dog), 보이즈 투 멘(Boyz II Men), 투팩(2Pac)같은 힙합/R&B뮤지션의 작곡가라는 포지션이었고, 정작 그가 하고 싶었던 락 밴드는 LA클럽 씬의 변화와 함께 해체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미국 시절의 밴드와 현재 국내에서 새롭게 데뷔앨범을 발표한 밴드의 합치점이라고는 “이름을 이어간다”는 명맥상의 전통만이 남아있다.
대신 한국에 돌아온 그가 에코브리드의 프로듀서를 담당하면서 다시 밴드의 일원이자 연주인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반대로 순탄했다. 귀국 직후 만난 게이트 플라워즈의 보컬 박근홍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는 접어두었던 AFA의 보컬로 바로 낙점을 짓게 된 것. 박근홍 또한 그런지와 메틀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터라 그와 합을 맞추는 것에 대해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뒤이어 게이트 플라워즈의 전 베이시스트였던 최기봉과 에코브리드 소속의 블랙독 드러머 전승환이 합류했고, 결국 제이크 장의 AFA는 이렇게 한국에서 다시 두 번째 챕터를 열었다.
총 다섯 곡이 실린 AFA의 데뷔 EP [Rise Above]에서 귀를 가장 먼저 잡아끄는 것은 당연하게도 제이크 장의 음악적 역량이다. ‘해외파’, ‘유학파’라는 단어가 쉽게 남발되고 있는 요즘이라지만, 이 앨범의 사운드는 진짜 소위 ‘미국물’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모습을 갖추고 있다. 또한 본작은 특별히 장르를 규정지어 설명하기가 힘들 정도로 포스트 하드락부터 그런지, 모던락을 거쳐 메틀적인 면모까지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소스를 난잡하지 않고 일관된 느낌으로 정리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제이크 장의 기타워크를 중심으로 한 정갈한 프로듀싱이다. 특히 앨범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포지션 위에 버터를 칠해놓은 듯한 질감. 단단한 기타리프부터 아롱다롱한 아르페지오까지, 앨범 전반을 종횡무진하는 기타워크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한다.
한편 제이크 장의 음악적 역량에 알맹이를 같이 채워주는 것은 리릭시스트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는 박근홍 특유의 가사와 라임이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Start Over’같은 곡에서의 가사는 탄력 넘치는 경쾌한 리프와 맞물리며 공연장에서 싱얼롱을 유도하기에도 좋다. 더군다나 그의 목소리는 게이트 플라워즈 시절에 비해 의도적으로 주입했던 힘을 한층 풀고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노래하고 있는데, 오히려 본연의 색깔에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 더 강하다.
[Rise Above]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첫 곡 ‘Return Someday’에서부터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구축한다. 매력적인 멜로디라인과 강한 코러스의 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옹골찬 기타솔로와 단단한 드러밍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는 구석이 없다. 마치 디스터브드(Disturbed)를 연상케 하는 끊어 치는 기관총 리프를 난사하는 ‘Grey Pearl’이 흘러나오다가도, 이어지는 ‘Right Here with You’에서 들려주는 우수에 찬 진한 솔로는 폭 넓은 바리에이션을 자랑하기에도 제격이다. 심지어 이 다양한 곡들은 앨범 내에서도 짜임새 있게 배치가 되어있어, 세트리스트 구성 측면에서도 대단히 만족스럽다.
사실 AFA는 국내 락/메틀 및 인디 씬의 경향에 비추어 봤을 때, 대중적으로 흥행할만한 여지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애초에 멤버들 또한 인기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은 절대 아니라고 이야기 했는데, 그만큼 오히려 하고 싶은 사운드를 극강의 퀄리티로 완성했기에 이렇게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 나온 것이 아닐까. 누가 뭐래도 필자는 AFA의 [Rise Above]가 올해 최고의 조선 락 앨범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RISE ABOVE
원본 지면 (p.102-103)· 2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