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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ssline
마음이 모인 헤비니스
이 땅의 음악인들, 특히 강한 사운드를 자신의 주 분야로 삼는 뮤지션들은, 그 사운드가 강렬한 만큼은 약자다. 돈 문제를 떠나 자신의 퍼포먼스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은 데쓰메틀 밴드의 기타리스트나 아이돌 기획사의 연습생이나 다르지 않을 터다. 그러나 소위 ‘메이저’에 한 발을 걸친 이들은 이러한 연주자들의 마음을 이용한 경우가 왕왕 있었다. 때문에 좋은 밴드들이 충분히 자신의 결과물을 내보기도 전에 와해되거나 동력을 잃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헤비니스를 일궈 가고 있는 씬의 뮤지션들을 마땅히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특히 지난 2012년 말부터 금년에 걸쳐 씬을 지켜 온 뮤지션들이 보여 준 성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진일보한 모습을 담은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바세린의 4번째 스튜디오 앨범은 백미다.
이번 앨범과 관련된 이슈는 단연 기타리스트 이강토의 가세다. 사실 이강토의 가입은 2010년에 이루어졌다. 또 다른 기타리스트 조민영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강토와 밴드의 합을 맞추는 작업으로 실제 앨범 발매에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 이는 다음과 같이 풀이될 수 있다. 같은 헤비니스 중에서도 이 코어 쪽의 스타일은 멤버간 합에 있어 더욱 섬세함을 요구한다. 중음역대 증폭을 통해 현의 울림으로 사운드의 입자를 굵게 가져가는 만큼 게인의 양은 생각보다 훨씬 적다―길게 처리되는 음표에서 비교적 서스틴이 짧은 것을 들을 수 있다.
때문에 피킹의 다이내믹에 의한 기타리스트의 손맛과 그 버릇 등 그 정체성이 그대로 노출된다. 물론 이강토와 같은 기타리스트에게 이것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바세린의 음악에는 그 자체로 요구되는 방식의 다이내믹이 존재한다. 더군다나 트윈 기타이기 때문에 그 합의 조절은 더욱 세밀해야 한다. 리프에 담긴 멜로디를 통해 어느 정도 새로운 멤버의 이질성이 활력이 되는 멜로딕한 메틀과는 또 다른 스타일인 셈이다.
이 부분에서 문득 떠올려볼 부분이 있다. 이는 넓은 의미에서 동일 밴드 재적 시기를 넘어서는 동료애다. 바세린의 이번 앨범은 한국 헤비니스의 보물창고로도 불리는 몰(Mol)스튜디오에서 그 몸을 얻었다. 대표 조상현 엔지니어는 누구보다도 이 씬에서 밴드가 어떤 식으로 케미스트리를 이루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인물. 과거 넉다운(Knockdown)의 보컬리스트이기도 했던 그는 6번 트랙 ‘Fall of Fortuna’에 목소리를 보태기도 했다. 그는 과거 한 음악평론가 나도원과의 인터뷰에서 “코어 씬의 동료애는 형제애와 같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달콤한 낭만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만큼 협소한 씬과, 절대적으로 동감할 수 있는 고통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표현 아닐까.
그래서인지 조율의 결과는 성공적이라 여겨진다. 인트로인 ‘Radix’와 이어지는 ‘The Protester’에선 16비트 피킹에 음표를 하나씩 빼 타이트한 그루브를 만드는 과정에서 두 기타리스트는 마치 한 사람의 플레이를 더블링한 것과 같은 조화로운 합을 만들어낸다.
그런가 하면 두 명의 기타리스트는 각자가 분명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Hatred Catalyst’에서처럼 나열적이지 않되 역동적인 아르페지오에 의한 솔로잉이나, ‘Fall Of Fortuna'에서처럼 6연음에 의해 리프와 바로 연결되는 플레이(00:57~01:12)에서는 각자의 소리는 스피커의 좌우를 통해 확연히 구분된다. 물론 함께 리프를 연주할 때는 보다 총체적인 차원에서 사운드가 구현되고 있다. 믹싱단계에서 콘솔에 앉은 이가 이 팀의 음악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단적인 예인 셈이다.
기타 얘기에 비중을 할애했지만 이번 앨범엔 전 파트에는 정성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다만 “이것도 했으니 들어달라”는 식으로 무작정 사운드의 앞쪽에 배치시키지 않았다. 객원으로 참여한 보컬들은 철저히 메인 보컬리스트 신우석의 ‘클린 부스터’와 같은 역할을 넘어서지 않는다. ‘Against The Tide’에서는 음색의 차이 때문에 옥요한(PIA)의 목소리가 다소 도드라지긴 하지만 그 역시 동료의 결과물이 가져야 할 통일성에 대한 주의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역으로 이러한 조절 능력을 보건대 옥요한의 건재를 확인할 있기도 하다.
전대물의 대사 같지만, 결국 밴드 음악은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인 결과다. 한 밴드의 멤버가 맺은 인연이 2명이라 쳐도 5인조 밴드라면 10명이다. 음악이 개인의 고뇌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지나칠 수 없는 의미를 만드는 일은 출발선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바세린의 [Black Silence]는 역설적이게도 서로에게 침묵하지 않은 이들의 함성에 의한, 씬의 산물이기도 한 셈이다.
BLACK SILENCE
원본 지면 (p.98-99)· 2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