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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Joe Lewis & The Honeybears
터질 게 터졌다!
오스틴이라는 도시가 지닌 특유의 진보적 성격은 오스틴 출신 뮤지션이 쏟아내는 음악에도 고스란히 전해지곤 한다. 블루스, 펑키, 소울, 컨트리, 사이키델릭, 하드락, 심지어 일렉트로닉 사운드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이 한자리에서 펼쳐지는 SXSW 페스티벌이나 전통의 오스틴 시티 리미츠(Austin City Limits) 등은 오스틴의 로컬 음악씬의 성격과 분위기를 바탕으로 생겨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블랙 조 루이스의 음악도 이러한 도시 분위기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 2011년 최고의 찬사를 얻어낸 [Scandalous]가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과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이상적 만남이었다면, 이번엔 헨드릭스를 뿌리로 좀 더 하드락의 이미지를 품어냈다. 막 데뷔하던 시절의 블랙 새버쓰(Black Sabbath)가 연상될 정도로 묵직한 기타 사운드와 함께 두툼하고 둔탁하면서도 직선적인 락 사운드가 여기저기서 솟아오르고 있다. 첫 곡 ‘Skulldiggin'’부터 터져 나오는 기타 톤부터 커버 아트 속 번개 맞은 인물마냥 번쩍번쩍 자글자글한 사운드를 토해낸다. 그렇다고 밴드 특유의 그루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Dar Es Salaam’의 혼 섹션은 이 부글거리는 기타 톤 위로 날렵한 그루브를 쏟아낸다. 곡의 구조는 거의 펑크 밴드의 그것이 떠오를 정도로 단순 명쾌하며, 기타 리프 또한 부분적으로 펑크의 영향 혹은 너바나(Nirvana)적인 느낌마저 담겨있다. 거기에 더해진 훅 가득한, 그러나 발음은 왕창 뭉개진 코러스라인까지 등장할 무렵이면, 익숙한 음악적 요소로 얼마나 생경한 음악을 만들어내는지 기가 찰 정도다. 7분에 가까운 사이키델릭 넘버 ‘Vampire’의 서서히 타오르는 연주에 정점을 찍는 블랙 조 루이스의 피드백을 이용한 기타 솔로와 점점 빨라지는 혼섹션의 무아지경이 펼쳐지다가도, 아예 다른 밴드의 노래인 양 등장하는 ‘Come To My Party’의 날렵하게 리듬을 커팅하는 기타 연주와 이를 지원하는 경쾌한 혼 섹션, 디스코가 연상되는 키보드 연주가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온다.
사실 이런 종류의 새로운 시도는 그 시도의 가치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듀서를 만날 때에만 제대로 빛을 발하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의 프로듀서 스튜어트 사이크스(Stuart Sikes)와 모디스트 마우스(Modest Mouse)를 함께 다듬었던 프로듀서 존 콩글턴(John Congleton)과 손잡은 밴드의 선택은 탁월했다. 음악적 재치라는 측면에서 두 프로듀서가 작업해왔던 밴드 이상으로 블랙 조 루이스 역시 재기발랄한 음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적 온고지신을 실천하는 밴드의 음악은 복잡한 텍스트가 될 수밖에 없다. 해석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펑키와 소울을 좋아하는 팬이 찾아낼 수 있는 매력이 다르고, 하드락 팬이 발견하는 고전에 대한 오마주를 발견하는 재미가 다르다. 블랙 조 루이스는 마치 퍼즐을 하듯 이러한 음악적 요소를 여기저기 심어놓는다. 억지로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블랙 조 루이스 자신이 즐겨온 다양한 음악들이 그의 손과 목소리를 통해 주르륵 쏟아지는 것이고, 이를 받아치는 허니베어스도 마찬가지로 물 흐르듯 연주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 재미를 아는 프로듀서가 이를 더 흥겨운 소리로 포착해내고 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재밌어지는 음반이다. 블랙 조 루이스가 만들어 온 펑키-소울 락 사운드에 익숙했던 팬은 물론, 하드락 팬, 심지어 유쾌한 팝을 즐기는 팬들에게도 소구할 음악이다. 특정 장르 음악의 규칙에 충실하지 않음에도 어딘가 자꾸 꽂히는 느낌에 한 번 더 들어보게 만드는 사운드다.
ELECTRIC SLAVE
원본 지면 (p.72-73)· 2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