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Monster Magnet

진짜 올드보이로 돌아온 컬트

한명륜·p.64-65

낡은 라디오에서 찌그러져 나오는 듯한 퍼즈 사운드의 기타, 특별한 창법이나 멜로디를 구사하기보다 가감 없이 소리지르는 듯한 창법, 한 음의 새김 폭이 깊은 리듬 파트. 별로 큰 장식이 없다. 단지 기타 리프에 걸린 페이저(phaser) 이펙트와 중간중간 솔로잉에 들어가는 꿀꿀대는 와 페달의 사운드만이 장식인데, 미니멀한 리프를 듣고 있노라면 그 효과음들이 꼭 청자의 인지 영역에서 이뤄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법도 한 그런 사운드다.

스토너(Stoner)락, 혹은 스토너메틀이라 불리는 몬스터 마그넷 음악의 인상이다. 이들의 음악은 십 년 전에도, 이십 년 전에도 이랬다고 한다. 전언으로 말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1989년에 데뷔한 이들 커리어의 상당 부분이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인디 레이블이었다는 점이다. EP가 아닌 그들의 첫 정규앨범 [Spine Of God](1991)은 버진 레코드의 자회사인 캐롤라인에서 나왔다. 지금이야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 레이블이고 버진의 리처드 브랜슨도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그런 사실도 1990년대 중후반, 해외음악 매니아들에게 의해서나 알려진 것이었다. 그리고 필자는 그 때 초등학교 4학년이었으며, 컴퓨터가 있는 가정도 드물었다는 사실.

국내에 비교적 알려진 트랙은 미국 프로레슬링 WWE의 스타플레이어 맷 하디(Matt Hardy)의 등장음악 ‘Live For The Moment’ 정도였는데, 그 후에 메이저 레이블 발매작으로 미국에서 골드 레코드(50만 장 이상 판매)를 따낸 [Powertrip](1998)이나 사바티지(Savatage) 등이 속해 있던 메틀전문 레이블 SPV에서 발매된 [Monolithic Baby!](2004)등이 비교적 알려져 있는 편. 전작 [Mastermind](2010)부터는 데블드라이버(Devil Drive)가 속해 있기도 한 네이팜 레코드에서 활동 중이다.

사실 이들은 데뷔 당시부터 그런지나 얼터너티브의 주류에 휩쓸린 무리 중 하나가 아니냐는 편견과 싸워야 했다. 서두에 언급한 사운드적 특성은, 지금에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당시로서는 영락없이 비슷하게 들렸을 수 있다. 하지만 작곡 방식에서 엄연히 1970년대 딥 퍼플(Deep Purple)이나 스틱스(Styx) 같은 서사적 하드락 문법을 따르고 있었기에, 솔로잉을 비롯한 장식성을 거부했던 1990년대 중반 얼터너티브―LA, 스래쉬메틀에 대한―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9번째 스튜디오 풀 렝쓰 앨범인 [Last Patrol]의 수록곡 ‘Mindless Ones’의 뮤직비디오 초입만 봐도 올드타입의 복스(Vox) 앰프와 60~70년대 모델의 마샬 앰프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뮤트보다는 8분음표의 정직한 울림을 주로 한 리프에 마치 키스의 ‘No More Mr. Nice Guy’를 연상시키는 멜로디 라인이 머리에 남는다. 이 곡과 비슷한 인트로로 시작해 7분을 밀고 가는 ‘End Of Time’은 자세히 들어보면 정말 그 옛날의 레코드처럼 사운드의 레벨이 조금씩 왔다갔다 하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말 그대로 연주자의 기분과 플레이를 가감 없이 반영하는 올드 앰프의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한데 이들의 이러한 고집이 최근 현지 언론을 통해 다시금 재평가받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단순히 경력에 대한 예우나 취향의 돌고 돎이라는 측면에서만 해석할 부분은 아니다. 꾸준히 언급되거나 지적되는 부분이지만 미국에서는 현재 LP 판매량이 늘고 있다. 보다 다양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기록 매체에 담고 그것을 즐기려는 성향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해석의 과잉이라는 위험을 안고서라도 이야기를 확장하자면, 모든 것에서 효율과 규격성을 중시하던 그들의 신조가 결국 그들의 사화와 경제에 어떤 독―통제할 수 없는 경제 위기와 정부 셧다운 등―으로 작용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보면 통제할 수 없는 올드 앰프와 기타의 날것스러운 울림, 그리고 이제는 그에 맞게 푸근해지고 낡은 데이빗 윈돌프(David Wyndorf)의 외모가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그러고 보면 1998년 가입해 활동 중인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인 필립 카이바노(Philip Caivano)의 영리함이 숨어 있는 앨범이라 하겠다. 밴드는 이 점을 이제 전략적으로 인지하는 듯하다―상업적 성공과 너무나 거리가 멀었기에 이제는 그래도 될 듯하다. 도노반(Donovan)의 1966년 앨범 [Sunshine Superman]의 수록곡 [Three King Fishers]의 리메이크를 들어 보면 그러한 의도가 은유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밴드는 투어에 열정적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실 공연 현장에서 들으면 멜로디 자체도 따라 부르기 쉽고 분위기 메이킹으로는 어느 밴드에 못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담이지만 국내에 앨범이나 음원이 일정 정도라도 유통되거나 홍보된다면, 락페스티벌 무대에 서도 괜찮은 팀이 되지 않을까 싶다.

LAST PATROL

원본 지면 (p.64-65)· 2페이지

같은 호의 다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