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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livion
2013년 최고의 데뷔 앨범
우선 밴드의 멤버 구성부터 살펴보자. 무시무시한 데쓰메틀 그로울링을 쉼 없이 뱉어내는 프론트맨 닉 베셀로(Nicholas Vasallo)는 필리핀과 타이완 혼혈 출신의 미국인으로, 그라인드코어 밴드 앤타고니(Antagony)를 비롯한 여러 밴드에서 보컬과 기타를 담당해 온 베테랑 연주자다. 뿐만 아니라 베셀로는 현대 클래식 음악 작곡가로 수 없이 많은 어워드에서 수상한 바 있는 현대 클래식과 아방가르드 음악계의 젊은 천재로 통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현대음악앙상블도 베셀로의 곡을 연주한 바 있을 정도로 이미 전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작곡가다. 오블리비언에서는 메인 송라이터와 보컬리스트로 참여하고 있으며, 초기엔 베이스 연주를 겸하기도 했다. 앨범 [Called To Rise]의 보너스 트랙으로 클래식 악기로 밴드의 곡들을 다시 연주한 ‘Shred’연작이 실려 있는데, 당연히 베셀로의 편곡이다. 그렇다고 오블리비언이 베셀로 개인의 프로젝트라거나 네오 클래시컬메틀 밴드로 봐서는 곤란하다.
밴드를 처음 구상한 이는 베셀로가 아니라 기타리스트 테드 오닐(Ted O'Neill)이다. 오랜 시간(무려 25여년) 씬을 떠나있던 오닐은 거대한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탐욕스런 인간에 분노를 데쓰메틀의 형식으로 표현하는 프로젝트를 그리고 있었고, 베셀로와의 만남 속에서 이를 하나씩 현실화시켜나가게 된다. 오닐과 베셀로가 작업한 곡들은 엄청난 속도의 리프를 자랑하는데, 리프의 구조는 크립탑시(Cryptopsy)같은 밴드들과 유사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새롭게 가입한 베이시스트 벤 오럼(Beniko Orum)의 웬만한 기타 연주를 능가하는 복잡하고 탄력 넘치는 베이스 라인이 더해지면서 오블리비언만의 새로운 색을 완성된다. 메틀코어 팬이라면 벤 오럼의 이름이 낯설지 않을 터, 올 섈 페리시(All Shall Perish)의 원년 멤버이자, 메인 송라이터, 리드 기타리스트로 활약했던 바로 그다. 또한 베셀로와 앤타고니에서 함께 활동한 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급 연주자들의 뒤를 받치는 드러머 루이스 마르티네즈(Luis Martinez)의 드러밍은 투베이스 드러밍으로 만드는 블래스트 비트의 정교함과 심벌의 독특한 커팅 등에서 다른 멤버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 압도적인 테크닉을 과시하고 있다.
오블리비언은 2013년 1월 자비로 데뷔앨범 [Called To Rise]을 공개했었다. 녹음 과정에서 밴드가 인터넷에 유포한 공식 비디오 ‘Black Veils Of Justice’나 1월 즈음 발표했던 ‘Reclamation’의 뮤직비디오는, 입소문만으로 단 몇 주 만에 수 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홍보의 힘이 아닌 음악적 완성도만으로 데쓰메틀 팬들의 주목을 이끌어 낸 것이다. 덕분에 [Called To Rise]는 2013년 10월 15일 보너스 트랙을 더한 버전으로 유니크 리더 레코드를 통해 정식발매 되었다. 흠잡을 데 없는 테크닉의 완성도와 거침없는 파워, 그리고 (귀로 확인하긴 어렵지만) 깊이 있는 가사가 결합된 앨범은 익스트림 메틀 팬이라면 절대 실망할 수 없는 내용물을 담고 있다. 한 가지, 인트로와 아웃트로의 아방가르드한 코드 진행의 불길한 느낌의 코러스 라인이나 데쓰메틀 리프의 배치를 통해 캐논 형식(대위법을 극대화 시킨)을 구현해내는 실험과 같은 장면이 직선적인 데쓰메틀의 본연에서 벗어났다고 느끼는 이들에겐 다소 현학적이거나 갑갑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CALLED TO RISE
원본 지면 (p.44-45)· 2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