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Crossfaith,

다층적 재미 살아 있는 수작

한명륜·p.46-47

당연한 이야기지만 음악은 고정된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다. 몇십 년 청자들과 담론생산자,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인들의 동의를 얻어 하나의 장르명으로까지 굳어진 음악적 스타일 역시 그 음악의 원래 그 모습인 것은 아니다. 일본 메틀 씬의 새로운 밴드와 그 작품들은 이러한 명제를 잘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아닐까 싶다.

크로스페이쓰는 정교해져가는 일본 뉴메틀의 한 경향 안에서 양식적으로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주는 팀. 전작 보컬리스트 켄타 코이에, 프로그래밍을 맡은 테루후미 타마노, 기타리스트 카즈키 타케무라, 베이시스트 히로키 이케가와, 드럼의 타츠야 아마노 5인조로 이루어진 크로스페이쓰의 라인업은, 그 자체로만 봤을 때는 뉴메틀 씬에서 새로울 것이 없는 방법이다. 자극성을 주요한 특성으로 하는 스타일인만큼 이들에게는 극복해야 할 핸디캡이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역으로 그것을 넘어서는 과정 자체가 결과물이자 가능성이었다. 지난 두 장의 정규앨범 [The Artificial Theory For The Dramatic Beauty](2009), [The Dream, The Space](2011), 그리고 지난 해 발매된 EP [Zion]를 통해 이들은 고교야구대회 현(縣)예선만큼이나 빡빡한 일본 메틀 씬에서 존재이유를 충분히 인정받았다. 자국의 라우드파크(Loudpark)와 서머소닉(Summersonic), 그리고 독일의 ‘락 암 링(Rock AM Ring)’ 등 각 국가별 대표격인 페스티벌에 섰고,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의 2014년 초대장도 받아 둔 상태다.

역시 귀에 가장 잘 들리는 것은 한 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입체감 넘치는 기타다. 자세히 들어보면 신서사이저와 프로그래밍 파트와의 협연이 되는 부분, 그리고 리듬 파트에서 베이스와 드럼의 매치로 인해 기타 사운드 자체의 외연이 확장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의외로 중음역대와 고역대가 함께 살아 있는 명료한 음색도 돋보인다. 기타리스트 카즈키는 솔로잉에 곡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 않지만 ‘Burning White’라든가 보너스트랙인 ‘Not Alone’ 등에서는 신서사이저의 멜로디를 주제로 한 명료하고도 역동적인 라인을 들려 준다.

사실 그러고 보면 크로스페이쓰의 음악에서 멜로디를 담당하는 것은 신서사이저와 기타라고 볼 수 있다. 보컬은 오히려 그 막강한 음압과 박력을 통해 기타 리프와 같은 효과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 신서사이저는 곡 전체에서 지속음을 통해, 해당 곡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메인 멜로디를 압축적으로 제시하는 역할과, 동시에 장식적인 멜로디를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타이틀곡인 2번 트랙 ‘We Are The Future’가 대표적이라 볼 수 있겠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트랙에 비해 멜로디와 리듬이 이루는 긴장관계가 다소 덜하다는 게 ‘함정’ 아닌 함정이랄까.

한편 이 앨범의 압도적인 리듬 파트가 앨범 전체에서 구현되는 방식을 봤을 때, 아날로그만이 음악에 있어서의 모든 가치를 점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실 악기 소스들끼리 구획이 모호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묻어나는 따뜻한 광경(?), 즉 아날로그적 가치는 이렇게 격렬한 음악의 리듬 파트―때때로 신서사이저 파트가 치고 들어오는―에서는 큰 음량에 의해 사운드가 명료하지 않게 된다는 단점도 생길 수 있다. 즉 디지털이 그 가치에 부합하는 음악을 만나는 게 필요하며, 그것을 크로스페이쓰의 음악 리듬 파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자면 큰 음량 안에서도 개개의 사운드가 개별적 존재감을 갖고 기능하는 게 뚜렷이 보인다는 점. 물론 모든 곡마다 각 파트가 1/n로 들린다는 뜻은 아니다. 곡, 곡의 부분부분에 따라 강조될 부분과 보조적인 부분이 전경과 배경을 디테일하게 나누며 자기 자리를 갖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해서 이 앨범의 공로는 조심스럽게 마스터링으로 옮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실 이는 최근 ‘잘 만든’ 락, 메틀 음반의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이들이 영미권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한 음악 내에서 충분한 다차원성을 살린 만듦새일 가능성이 크다.

[Apocalyze]는 9월 발매될 당시 오리콘 데일리 앨범차트 9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아무리 락, 메틀의 천국으로 한국 마니아들이 부러움을 갖는 대상이라지만 일본에서도 이와 같은 스타일이 승승장구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음악이든 제작의 방식과 표현의 의도를 매치시켰을 때 나머지 부분이 적다는 것은 완성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장르와 스타일을 떠나서 그런 음악이 성공의 조건을 갖고 있는 셈이다.

APOCALYZE

원본 지면 (p.46-47)· 2페이지

같은 호의 다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