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nnie James Dio
얼마전 로니 제임스 디오와 토니 아이오미(Tony Iommi)가 만나 조직한 헤븐앤헬(Heaven & Hell)의 일본 공연을 다녀왔다. 그는 60을 훨씬 넘긴 나이라 전성기때만큼 소리 구사가 파워풀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음악과 노래에 대한 그의 불굴의 전투력은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성숙해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육체적으로 늙어간다는 뜻도 내포한다. 늙어감에 따라 호르몬 수준이 낮아지고 동맥은 노화된다. 동맥은 지방 침전물로 막히기 쉬운데, 이 방해물은 산화된 지방을 많이 갖고 있다. 산화는 DNA 손상을 가져오고 면역계를 손상시켜 암이나 조직세포의 노화를 촉진시킨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뼈는 칼슘을 잃게 되어 몸이 나약해지게 된다. 한마디로 나이가 들어 노화된다는 것은 모든 몸의 컨디션이 점차적으로 활력을 잃어간다는 의미와도 같다.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리드보컬 로버트 핼포드(Robert Halford)와 함께 살아있는 헤비메틀 보컬의 전설처럼 통하는 로니 제임스 디오는 60을 훨씬 넘긴 나이임에도 나이를 예측하기 힘들만큼의 파워를 들려준다. 레인보우(Rainbow)와 디오(Dio), 블랙 새버쓰(Black Sabbath) 등과 같은 굵직한 밴드를 거친 그는 중세의 흑마술적 신비주의와 파워를 조합해 헤비메틀 보컬을 강력하고 사색적이며 심오하게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특히 중음역대에서 굵고 깊은 음색 연출을 대표하는 락 흉성 보컬의 제왕이기도 하다.
디오는 보다 풍부한 소리 연출을 위해 약간의 허스키에 흉식 바이브레이션을 구사하기도 한다. 중음에서 고음으로 넘어가는 와중에도 엄청난 파워를 발산하며 탄탄하고 견고한 소리 밑기둥을 가졌다. 멜로디와 파워를 절묘하게 조합하는 것도 디오의 장점이다. 고음역으로 뻗어 나갈 때에도 굵고 힘찬 소리가 거침없이 나온다.
1980년대 디오 시절의 명곡 'Holy Diver'는 초반의 "으음,, 예~"하는 부분부터 흉성으로 시작되는 굵고 파워풀한 흉성 발성의 교과서적인 곡이다. 또한 'Rainbow Eyes'에선 저음에서 최대한 굵고 파워풀한 흉성과 다양한 음색을 통해 오히려 아름다운 이미지를 연출한다.
이만큼 안정된 저음역을 구사하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음역이 모두 꽉 찬 소리로 구사되다보니 강함 속에서도 아름답고 부드러움의 미학마저 엿보이는 것이다. 그를 정확하게 카피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잔인한 고문인 셈이다. 가슴 속에서부터 각혈하듯 쥐어짜는 듯한 거대한 흉성의 파고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따라서 그의 보컬 스타일은 그 자체가 엄청난 파워와 스태미너를 요구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고음으로 올리는 데에도 오로지 힘으로 비틀어 꺾어버리는 전대미문의 파워풀 창법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작은 체구임에도 이렇게 엄청난 파워를 발산한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가 부르는 곡들은 대략 2옥타브 중후반대가 많은 편이다. 그 때문에 어렵지 않게 카피할 거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그의 노래를 불러보면 엄청난 폐활량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힘의 발산 때문에 살인적인 고문을 당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은 3옥타브 중반 이상의 고음역대를 노래하는 것보다 더욱 힘들고 많은 체력을 요한다. 그만큼 그의 노래는 람보르기니급 파워와 육중한 토크가 느껴지는 초강력 살인보컬인 셈이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최근에는 전성기 때와 같은 소름끼치는 파워보컬을 들려주진 못하고 있다. 고음역을 소화할 때에도 소리의 지속을 위해 예전과는 달리 바이브레이션에 많이 의존하기도 한다. 작년 10월 도쿄의 사이타마 아레나에서 있은 그의 공연은, 천하의 로니 제임스 디오라도 세월을 거스를 순 없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다.
기타리스트 토니 아이오미 등과 함께 조직한 프로젝트 밴드 헤븐앤헬과 함께 무대에 선 그는 자신이 블랙 새버쓰의 리드보컬로 재적할 당시의 대표곡들을 중심으로 무대를 꾸몄다. 나는 이미 공연 전날 록본기에서 있은 헤븐앤헬 기자회견에 참석해 그의 육성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화장을 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지만 60대의 나이를 숨길 순 없었다. 탄력이 많이 떨어진 피부와 주름살 등이 그걸 반영했다. 또한 그의 육성에서 60대 노인 특유의 쉰 듯한 소리를 자주 감지할 수 있었다. 그것은 노래 연습을 많이 해서 생기는 허스키 톤과는 다른, 일종의 '성대 노화' 현상이다.
다음날 헤븐앤헬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Heaven & Hell'이었다. 원래 이곡은 그가 30대 시절에 노래했던 것으로 굵고 파워풀한 보컬이 시종 긴장을 늦추지 않는 역작이다. 전성기 때의 노래답게 프레이즈 하나하나에 엄청난 힘이 실려 있고 호흡의 박진감과 어택이 강하게 실린 남성적 소리 구사는 가히 헤비메틀 보컬의 매력과 디오의 특장점을 한껏 보여주는 열연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로니 제임스 디오다. 이처럼 많은 체력을 요하는 곡을 소화해내기엔 이제 그의 나이가 고령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날 공연에서 그의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던 것도 바로 'Heaven & Hell'에서다. 원곡보다 느린 템포와 좀 낮은 키로 연주된 이 곡에서 그는 전반적으로 소리를 오래 갖고 있질 못했으며 힘을 강하게 실어 각이 지게 들어야 하는 부분에서도 어택이 약해진 소리를 냈다. 탱크처럼 묵직하게 다가오다가도 비수처럼 순식간에 꽂히는 예리함을 내포한 원곡에서의 보컬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소리가 늘어지고 탄력이 없었다. 마치 "난 아직 늙지 않았어!"라고 의도적 변명이라도 하듯 긴 보컬스킬까지도 구사했지만 순간순간 호흡이 샜고 소리가 잘 밀집되질 않아 디오 특유의 '단단한 골격미'를 연출하지 못했다. 성대 노화와 폐활량 감소, 스태미너 등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집약되어 나타난 결과다. 그럼에도 그는 수십여년간 갈고 닦은 노하우로 이 대곡을 마치 지휘자와도 같이 리드해 가며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가히 노련미가 그 모든 핸디캡을 압도하는 순간이었다.
이 날 디오의 공연은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었다. 조금 해보다가 안된다 싶으면 젊은 나이에 은퇴 또는 직업을 바꾸거나 40도 채 되기 전에 "이젠 나이가 들어 편한 곡이나 불러야 겠다"라며 좀 더 쉽게 노래를 하려고 하는 게 다반사인 국내 음악계 실정에서 디오는 가히 그 높이를 헤아리기 힘들 만큼 우뚝 솟은 존재로 비쳐지는 것이다. 재즈나 일반 팝과는 달리 헤비메틀은 그 음악적 특성상 나이가 들면 연주하기 벅찬 장르다. 그런데 디오는 무려 40여년 가까이 이것만을 노래해 오고 있다.
늙었어도 끝까지 선봉에 서 사기를 고양시키는 전쟁터의 노장수와도 같이 로니 제임스 디오는 그렇게 이 험난한 음악계에서 후배들에게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화에 따른 육체적 쇠약은 거부할 수 없는 순리임에도 앉아만 있지 않고 부단히 뛰어 다니며 모범을 보이는 디오에게서 나는 '생각 없이' 음악만 하는 뮤지션이 아니라 진정 강한 기와 얼이 느껴지는 뮤지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때론 실수하고 또한 젊은 시절보다 강력한 소리를 분출해내지 못하더라도, 노선배가 투지를 버리지 않고 무대를 지키고 있는 이상 후배들은 끊임없이 고무될 것은 자명하다.
원본 지면 (p.92-93)· 2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