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GRESSIVE METAL
Royal Hunt
10년을 넘어 새롭게 이어지는 [Paradox]의 장대한 컨셉트
로얄 헌트의 팬이라면 존 웨스트의 탈퇴 소식이 무척 놀라웠을 것이다. 하지만 안심해도 좋다. 명반 [Paradox]의 후속작, 마크 볼스라는 걸출한 보컬리스트의 영입. 이 모든 결과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지난 음반들로 미루어볼 때, 어쨌거나 자타가 공인하듯이 로얄 헌트라는 밴드는 마스터 마인디드 키보디스트 안드레 앤더슨(Andre Andersen)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출시키기 위한 분신과도 같은 밴드였다. 보컬리스트에 따라 그의 송메이킹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반대로 생각할 때 안드레의 의도에 따라 그에 맞는 보컬리스트를 선별적으로 기용했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각자 다른 길을 갈 때가 왔다"며 존 웨스트(John West)와의 결별을 선언한 2007년 3월의 공식발표는 이미 2005년의 전작 앨범 [Paper Blood]의 발표와 함께 안드레 앤더슨의 머릿속에 그려졌던 시나리오였을지도 모른다. 기교를 배제한 창법으로 드라마틱한 사운드에 어울리던 두 번째 보컬리스트 D.C. 쿠퍼의 스타일에 비해, 소울풀한 창법으로 보다 강력하고 직선적인 파워메틀에 어울리던 존 웨스트의 가입과 함께 변모하던 로얄 헌트의 사운드를 다시금 원점으로 회귀시키려는 의도가 드러났던 앨범이 바로 [Paper Blood]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보에서는 또 한번의 극약처방이 단행되었다. 로얄 헌트라는 밴드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이름과 함께 머릿속에 떠올릴 정도로 약효가 강했던 명반 [Paradox]를 다시금 수면 위로 부상시킨 타이틀 [Collision Course - Paradox I]의 암시를 사운드에서도 그대로 반영하려는 의도가 있었을테니 말이다. 신작이 [Paradox]의 후속편이 될 것이라는 발표가 있은 후 로얄 헌트의 팬들은 다시 D.C. 쿠퍼가 복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내 놓았지만, 결과는 전혀 뜻밖의 인물. 마크 볼스(Mark Boals)였다.
안드레 앤더슨은 최근 한 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마크 볼스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신인 보컬을 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렇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최근의 음악 비즈니스는 옛날과 달라져, 8~90년대에 활동했던 아티스트들은 의욕을 잃은 경우가 많다. 마크 역시 그런 락스타가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D.C. 쿠퍼와 존 웨스트의 중간에 위치한다. 마크의 음역은 정말로 굉장해서 어떤 요구도 쉽사리 처리해 버린다. 이것이 D.C. 쿠퍼와 닮은 점이고, 그 톤은 다르지만 소울풀한 존의 멋진 부분 역시도 가지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자신의 의도에 따라 보컬리스트를 선별적으로 기용했다는 가정을 사실로 바꾼다면, 새로운 로얄 헌트의 음반으로 그가 도모한 계책은 단순히 과거 발표한 [Paradox] 당시 사운드로의 회귀가 아니라, D.C. 쿠퍼의 드라마틱함과 존 웨스트의 파워가 공존하는 사운드의 확립인 것이다. 그리고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의 라이징 포스(Rising Force)를 필두로 링 오브 파이어(Ring Of Fire), 최근 코덱스(CODEX)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고 메틀릭한 숨결을 토해내던 마크 볼스야 말로 그 계책에 가장 합당한 선택이었음은 음반을 통해 확연하게 입증된다. 또 마크 볼스의 이전 활동에서 잘 듣기 어려웠던 다채로운 코러스와 탁월한 송메이킹에 의한 저음과 고음역대의 자유로운 교차야말로 마크 볼스와 로얄 헌트가 이끌어낸 최대의 시너지효과가 아닐 수 없다.
[Paradox]가 신과 인간의 관계를 테마로 했던 반면, 이번 음반은 이러한 테마를 더욱 발전시켜 종교의 모순과 여러 종교들의 피할 수 없는 충돌(Collision Course)'을 컨셉으로 하고 있다. [Paradox]의 오프닝 트랙 The Awalkening 과 동일한 빗소리와 어쿠스틱 기타 도입부를 가진 Principles Of Paradox' 로 깨어나는 11년만의 기억은 곧바로 Hirst Rock' 으로 이어진다. 브릿지를 꾸미는 낙차 크고 심포닉한 키보드 연주의 오리지널리티에 어우러지는 거침없는 마크 볼스의 보컬로 로얄 헌트는 다시 한번 확실한 진보를 알린다. Clan'은 종횡무진 펼쳐지는 기타와 키보드의 솔로배들이 향연이 담긴 연주의 진수성찬이며, River Of Pain' 의 멜로디라인이 재현되는 Chaos A.C.'는 엘러지(Elegy)의 이안 패리(Ian Parry), 전 레인보우(Rainbow)의 두기 화이트(Doogie White), 나리타의 케니 루브케(Kenny Lubcke)의 보컬이 차례로 등장하는 보컬의 진수성찬이다. 3연음의 통렬한 전개로 질주하는 Blood In Blood Out' 와 현 매니저의 딸인 15세 미셸(Michelle Raitzin)의 청아한 보컬이 등장하는 Tears Of The Sun' 역시도 빼놓을 수 없는 트랙들.
보통 잘 만들어진 전편에 비해 속편'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등장하는 후속작은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 전편에 대한 기대가 큰 까닭일 수도 있고, 흥행을 고려한 졸속제작 역시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메틀 음악에서도 가까운 예로 퀸스라이크의 경우를 들 수 있다. 하지만, 로얄 헌트는 다르다. 그들의 음악에 있어서 [Paradox]가 세운 독자적인 위치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디스코그래피를 장식하는 수많은 음반들 가운데에서도 단연 눈에 띌만한 명반이 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다.
[사진: 로얄 헌트 밴드 사진 (흑백, 거리 배경)]
[사이드바]
마크 볼스의 이전 활동에서 잘 듣기 어려웠던 다채로운 코러스와 탁월한 송메이킹에 의한 저음과 고음역대의 자유로운 교차야말로 마크 볼스와 로얄 헌트가 이끌어낸 최대의 시너지효과가 아닐 수 없다.
[앨범 정보]
Collision Course - Paradox II (2008)
국내발매 에볼루션 뮤직
원본 지면 (p.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