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
'준비된' 신인의 거장적 포효
Black Mountain
프로그레시브락과 블랙 새버쓰, 그리고 사이키델릭의 결합? 매니아들이라면 한번쯤 상상해 봤음직한 이 구도가 캐나다 출신의 신인 밴드에 의해 구현되고 있다. 큰 스케일과 호방한 연출력 강한 개성 70년대의 아날로그적 정서 등 모든 것을 갖춘 거장적 풍모를 지닌 신인 밴드, 블랙 마운틴(Black Mountain)이 그들이다.
2008년이란 공간에 1970년대의 치열했던 락 분위기를 그대로 이식했다. 70년대의 둔중한 블랙 새버쓰 같은, 60년대 말엽의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 식 니힐적 사이키델릭 같은, 케빈 에이어스(Kevin Ayers)를 비롯한 일련의 프로그레시브락 같은, 우주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페이스락의 열기 같은, 그리고 너무나 70년대스러운 정통 하드락 같은, 마치 LP 음악을 듣는 듯한 빈티지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하는. 이 많은 것들을 선이 굵고 거대한 스케일로 언제나 익숙한 듯 자신있게 흩뿌려대는 그들, 음악적 뿌리로 본다면 당연히 미국이나 영국의 밴드인 줄 알았지만 캐나다라는 의외의 출신 성분으로 다시한번 의표를 찌르는
스티븐 맥빈(Stephen McBean), 매튜 카미랜드(Matthew Camirand), 제레미 슈미트(Jeremy Schmidt), 조슈아 웰스(Joshua Wells), 앰버 웨버(Amber Webber) 등 5인조 진용임에도 위풍당당한 대군단처럼 압도적인 사운드를 토해내는 그들.
지난 2004년 캐나다 뱅쿠버에서 스티븐 맥빈을 중심으로 결성된 블랙 마운틴은 Jagjaguwar 에서 셀프 타이틀의 데뷔앨범을 발매하며 주목을 끌었다. 데뷔작임에도 이들이 추구하는 정통 락의 기세는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얻어냈다. 그리고 올해 두 번째 앨범 [In The Future]를 발매했다. 짙은 퍼즈톤으로 무장한 일렉트릭 기타의 둔중한 리프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며 오르간의 가세도 아날로그적 맛스러움을 배가시킨다.
선이 굵은 리프의 향연 'Stormy High'는 70년대의 블랙 새버쓰 식의 헤비락을 방불케 한다. 'Tyrants' 역시 강렬하게 폭발하는 퍼즈톤과 고색창연한 오르간의 향수, 2000년대에 듣는 70년대 빈티지식 헤비락의 완결판이다.
블랙 새버쓰의 헤비니스와 프로그레시브락의 결합이다. 'Tyrants'나 'Wucan', 'Bright Lights' 등 오르간 사운드의 고색창연함도 빈티지스러운 매력을 더해준다. 특히 'Bright Lights'는 하드락에서 사이키델릭, 스페이스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가 점층적으로 나타나는 흥미로운 트랙이다. 그런가 하면 'Stay Free'의 보컬은 오랜만에 듣는 추억의 팔세토 창법이다. 요 근래 가끔씩 접할 수 있는 기교적인 팔세토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70년대엔 자주 들을 수 있던 것이었지만 40여년 가까이 흐른 현 공간에서 다시 재현되니 '촌스러움' 보다는 '정든' 향수의 미학으로 다가온다. 'Queens Will Play' 역시 70년대 프로그레시브락에서 자주 들을 수 있던 보컬 방식이다. 또한 'Wild Wind'는 케빈 에이어스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퍼즈톤의 진가와 폭발력을 오르간의 향수와 함께 절묘하게 혼합시킨 사운드메이킹, 동굴 속의 원시인 같은 거칠고 야수적 생명력의 포효, 잔 가지 보다는 큰 가지 위주로 풀어나가는 연주 형태, 하드락과 블루스, 사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락 등이 고루 어우러진 사운드라는 표현을 하기 이전에 이미 그들은 가장 본능적인 락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준비된' 신인의, 신인 답지 않은 차분함과 노련한 진행, 이미 [In The Future]는 태생적 명반의 운명을 지니고 세상에 나온 것이다.
[사진: 밴드 단체 사진 (대형, 좌측)] [사진: 앨범 커버 'In The Future' (우하단 소형)]
In The Future (2008)
해외발매 Jagjaguwar
원본 지면 (p.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