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LCORE / MELODIC DEATH
Heaven Shall Burn
To Be Or Not To Be
'Iconoclast(인습타파주의자)' 라는 의미심장한 슬로건을 내걸고 2008년 벽두에 공개된 헤븐 섈 번(Heaven Shall Burn)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Iconoclast (Part 1: The Final Resistance)]는 유럽 하드코어와 데쓰 메롤을 새롭게 정의한 그들의 노고가 드러난 작품이다. 이미 널리 알려지다시피 헤븐 섈 번은 하드코어 라이프스타일중에서도 매우 극단적인 것으로 분류되는 베간 스트레이트 엣지의 신봉자이다. 이미 4명의 멤버가 술, 마약, 무분별한 섹스를 반대하는 베간니즘(스트레이트 엣지(sXe)보다 더욱 강경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베간니즘이 단순한 채식주의자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베간니즘은 좀 더 범인류애적인 마인드를 근간으로 동물로부터 얻는 모든 것을 배척하는 극단적 채식주의를 일컫는데, 고기와 유제품, 달걀은 물론, 동물의 노동력이 필요한 모든 것을 거부하는 사상이다. 당연히 동물 가죽으로 된 옷이나 제품을 쓰지도 입지도 않는다. 엄격한 자기절제를 요하는 이런 베간니즘은 일반 사람들이 실천하기 어려운 라이프스타일이다. 사회적 정의와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좌파주의, 반민족주의, 환경보호, 동물보호를 망라하며, 헤븐 섈 번은 이런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를 강하게 내세우는 베간 스트레이트 엣지 하드코어의 가장 강경한 형태의 음악을 추구한다.
헤븐 섈 번의 음악을 일명 '베간 메틀'로 분류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헤븐 섈 번의 정규앨범에서 드러난 정치, 사회적 메시지는 철저한 베간니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헤븐 섈 번이 오늘날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모던 메틀, 하드코어 밴드들 중에서 두각을 보이는 진정한 이유는 그들이 연주하고 만들어내는 음악에 있다고 해야겠다.
헤븐 섈 번은 초기 유러피언 올드스쿨 데쓰메틀의 선구자인 볼트 쓰로워(Bolt Thrower)와 모던 데쓰메틀/그라인드코어의 기념비로 평가받는 카르카스(Carcass), 스웨디시 멜로딕 데쓰메틀의 기수인 앳 더 게이츠(At The Gates), 그리고 스트레이트 엣지의 선구자 어쓰 크라이시스(Barth Crisis)를 완벽하게 결합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익스트림 메틀 장르에서 결코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인 국가라고 할 수 없는 독일 출신인데도 말이다. 1990년대 이후 익스트림 메틀은 미국의 스래쉬 메틀과 올드스쿨 데쓰메틀의 침체를 극복한 북유럽(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과 영국의 밴드들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독일은 언더그라운드 블랙메틀을 빼놓고는 그다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국가는 아니었다. 1990년대 노르웨이의 블랙메틀 씬과 스웨덴의 예테보리 사운드(멜로딕 데쓰메틀)를 능가할만한 음악 씬은 거의 전무했던 것이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메틀코어(Metalcore/메틀릭 하드코어의 줄임말)의 붐이 몰아닥치면서 헤븐 섈 번과 칼리반(Caliban)이라는 걸출한 밴드들을 배출한 독일이 그 중심에 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독일 메틀코어의 저력은 현재 헤븐 섈 번과 칼리반의 뒤를 잇는 상당수의 신진 밴드들에 의해 증명되고 있다.
헤븐 섈 번의 음악은 하드코어 지지자들과 모든 종류의 익스트림 메틀 매니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강렬함을 무기로 내세운다. 고통스럽고 무자비한 리듬라인과 아름다운 멜로디의 트윈기타가 빚어내는 강렬함은 그들이 대단한 실력파 밴드라는 걸 각성시켜준다. 그들의 음악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도 그런 뛰어난 멜로디 메이킹 능력에서 비롯된다. 헤븐 섈 번은 2004년에 발표한 세 번째 앨범 [Antigone]에서 멜로딕 데쓰메틀 적인 연주방식을 대폭적으로 수용했고, 한편으로는 멜로딕 메틀코어라는 헤비뮤직의 트렌드에 일정부분 부합하면서 사운드의 변신을 꾀했는데, 결과는 전 세계 메틀 커뮤니티에서 매니아들의 폭발적인 지지로 이어졌다. 유럽 메틀코어의 최강자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밴드로 거듭난 것이다. 애상적인 연주곡과 미드템포의 멜로디컬한 연주를 혼용하는 연주는 여타의 멜로딕 데쓰메틀과 조류를 달리하는 개성적인 방식이었다.
헤븐 섈 번은 컨센즈(Consense)라는 이름으로 1996년 가을에 결성되었다. 1997년 첫 미니앨범 [In Battle]을 녹음하기 전가지 여러 번의 멤버변동을 겪었다. 그리고 1998년 [In Battle]을 완성하면서 수없이 많은 공연과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성장해 나갔다. 디즈 오브 레볼루션 레코드(Deeds Of Revolution Record)에서 완성된 이 앨범은 언더그라운드 하드코어 씬에서 큰 화제를 몰고 왔고 독일이 뉴스쿨 하드코어에서 미국 밴드들에게 뒤지지 않는 강력한 씬을 만들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앨범이다.
헤븐 섈 번은 1999년 역시 같은 레이블에서 폴 오브 세레너티(Fall Of Serenity)와 함께 스플릿 LP를 발매했고, 첫 정규앨범 [Asunder]를 발매하면서 라이프포스 레코드와 관련을 맺게된다. 헤븐 섈 번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칼리반(Caliban)과의 스플릿 앨범 [The Split Program]은 유럽
[사진: 밴드 단체 사진 — 페이지 좌상단 배치]
[앨범 리뷰 마무리 — 우단 상단]
사운드를 구현하고 있는 베스트 트랙중 하나이다.
메틀 팬들에게 또 하나의 흥미를 던져 줄만한 트랙으로 스웨디시 멜로딕 데쓰메틀의 이정표적인 곡 중 하나인 엣지 오브 세니티(Edge of Sanity)의 커버곡 'Black Tears'가 있다. 헤븐 섈 번은 이 커버곡에서 멜로디는 그대로 살리면서 좀 더 잔인한 연주를 시도하고 있는데, 핀란드 멜로딕 데쓰메틀 밴드 이터널 티어즈 오브 소로우(Eternal Tears Of Sorrow)가 2000년 앨범 [Chaotic Beauty]에서 선보인 심플한 커버곡과는 전혀 다른 질감으로 완성했다. 곡들이 워낙 폭발적이어서 헤븐 섈 번은 클래시컬한 스트링 연주곡을 통해 이 폭풍 속에서 피난처를 마련했는데, 그 곡이 앨범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Equinox' 이다. 마지막 곡 'Atonement'는 기타 리프가 주도하는 메틀 연주곡으로 리듬라인에서는 메틀리카(Metallica)를, 멜로디에 있어서는 인 플레임스(In Flames)를 서로 믹스한 느낌을 준다. 사느냐 죽느냐의 강렬함이 묻어난 [Iconoclast] 앨범은 헤븐 섈 번이 발표한 앨범 가운데 단연 수작이라고 할만하다. 메틀 팬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듯하다.
[앨범 정보 박스]
Iconoclast (Part 1:
The Final Resistance) (2008)
국내발매 네센 엔터테인먼트
차***
[밴드 소개/역사 — 좌단 하단]
메틀코어 씬에서 거의 바이블로 통할 정도로 대단한 수준의 명연을 들려주었고, 수많은 페스티벌과 작은 공연으로 성숙해진 헤븐 섈 번의 기량을 보여준 두 번째 앨범 [Whatever It May Take]를 2002년에 발매하고, 명반이자 통산 세 번째 앨범 [Antigone]를 센추리 미디어를 통해 2004년 발표하게된다. 2006년에는 덴마크 프로듀서인 야콥 한센(Mercenary, Raunchy)을 맞이하여 [Deaf To Our Prayers]를 발매하고 평론가들과 팬들로부터 변함 없는 지지를 얻어냈다. 이 앨범은 독일 내서널차트 65위와 그리스 차트 50위에 각각 링크되는 등 대중적으로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틀 밴드인 애즈 아이 레이 다잉(As I Lay Dying)과 함께 헬 온 어쓰 투어(Hell on Earth Tour)를, 그리고 2006년 겨울부터 칼리반과 유럽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한 밴드는 2007년, 오즈페스트와 함께 세계 최대의 메틀 페스티벌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바켄 오폰 에어 페스티벌에 모습을 드려내기도 했다.
The Final Resistance 라는 다소 비장한 이름의 부제를 달고 있는 [Iconoclast]는 종교적 맹신을 거부하는 헤븐 섈 번의 통산 다섯 번째 정규앨범이다. 비단 종교뿐만아니라 사회적/정치적인 인습을 거부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도 하다. 마룬(Maroon)과 네아이라(Neaera)의 앨범을 제작한 바 있는 밴드의 새로운 기타리스트 알렉산더 디츠(Alexander Dietz)와 리드 기타리스트 마이크 바이허트(Maik Weichert)의 공동 프로듀서로 완성되어 빈틈없는 사운드를 구현하고 있으며, 밴드 사상 최강의 헤비함으로 무장한 익스트림 메틀 앨범이다. 형식상 연주곡을 곳곳에 배치하여 서사적인 느낌을 주며 강렬함과 긴장감을 교차시키는데, [Antigone] 앨범에 가까운 멜로딕 데쓰메틀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이 앨범의 가장 두드러지 트랙은 Endzeit와 Like A Thousand Suns 이다. Endzeit(종말)는 기타, 베이스, 드럼의 회오리에 비장한 스트링 연주를 가득 담아 종교적 분노를 표출하고 있으며. 'Like A Thousand Suns'는 머신건 드럼이 돋보이는 트랙으로 카르카스의 [Heartwork] 앨범과 아치 에너미(Arch Enemy)의 멜로딕 데쓰메틀을 연상시키는 면이 많다. 'Forlorn Skies'의 경우 미드템포의 중후함과 하이템포의 스피디함을 적절히 배합하여 강력한 메틀 사운드를 구현하고 있는 베스트 트랙중 하나이다.
원본 지면 (p.62-63)· 2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