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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ers Osborne
삶을 개척해온 사람이 만든 음악
그러나 여전히 앨리게이터 레코드에 대한 일반의 시선은 무명(이지만 실력 있는) 블루스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데 힘쓰는 레이블이라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그래서 안타까운 아티스트들이 있다. 바로 오늘 소개하는 앤더스 오스본(Anders Osbourne)이나 제이제이 그레이 앤 모프로(J.J. Grey And Mofro)같은 앨리게이터의 새로운 시선이 성공했음을 증명하는 음악가들 말이다. 루츠락이라고 퉁치고 넘기면 할 말 없지만, 그렇게 간단히 넘기기엔 이들의 음악은 개성과 깊이가 남다르다. 그리고 앨리게이터의 새로운 도약을 견인하는 두 아티스트 모두 2013년의 앨범 후보로 손색없는 멋진 작품을 발표했다.
지금 소개하는 앤더스 오스본은 독특한 이력의 아티스트다. 1966년 스웨덴에서 태어난 오스본은 미국의 포크 가수들의 음악을 들으며 기타를 잡기 시작했다. 금세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음악이 블루스라는 사실을 깨닫곤, 16세에 무일푼으로 길 위로 나섰다. 히치하이킹과 버스킹으로 유럽에서 중동을 거쳐 아시아를 떠돌던 그는 1985년 마침내 블루스와 재즈가 시작된 바로 그 곳,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스에 당도한다. 방랑벽은 단번에 잦아들었다. 오스본은 뉴올리언스를 자신의 고향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뉴올리언스의 클럽 무대에서 정기적으로 공연 활동을 이어가며, 1989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2년 간격으로 뉴올리언스의 현재를 노래하는 락, 블루스, 포크, 소울, 컨트리가 뒤섞인 음반을 발표하고 있다. 뉴올리언스의 대표 펑키 밴드 갤럭틱(Galactic)이나 같은 루이지애나 동료인 블루스 아티스트 탭 베누아(Tab Benoit) 등의 음반에 작곡, 연주 뿐 아니라 프로듀서로도 참여하며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2013년 벽두에 발표했던 [Three Free Amigos] EP에 텍스-멕스 스타일의 음악을 수록하며, 여전히 새로운 음악적 욕심에 차보이던 오스본이 10월 8일 공개한 정규 앨범 [Peace]는 외려 1960년대 말 폭발하던 일렉트릭 블루스 사운드를 중심에 둔 진득하고 묵직한 락과 포크로 돌아왔다. 45초 가까이 자글거리는 피드백과 심벌 연주로 채워진 인트로에 이어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등장하는 타이틀 ‘Peace’부터 투박한 멋에 귀가 떠나지 못하게 된다. 이제는 오스본의 음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오픈 D 튜닝 기타의 묘한 질감이 이번 앨범도 그득하다. 뉴올리언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팝-펑키 ‘47’의 폭발하지 않는 감수성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앨범의 분수령은 총기 사고와 살인 사건이 연일 뉴스에 등장하는, 이러한 폭력적인 상황에 아무렇지 않게 노출된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Five Bullets’에 있다. 묵직한 리프와 대조적인 벤딩으로 채워진 솔로, 마치 닐 영(Neil Young)처럼 툭툭 던지는 보컬 모두 단단히 벼르고 미국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어지는 연주곡 ‘ Brush Up Against Me’는 ‘Five Bullets’의 연장선상에서 각종 잡음과 피드백, 아밍, 색소폰의 금속성 솔로 등이 모자이크로 엮이며 비정한 미국에 대한 분노를 게워내고 있다.
음반의 후반부는 바흐의 곡을 모티브로 했던 프로콜 하룸(Procol Harum)의 ‘White Shade Of Pale’을 소환하는 ‘Sentimental Times’로 시작된다. 뉴올리언스 사람으로 30여년 가까이 살며 느낀 회환을 멜랑콜리하게 그리고 있는 이 곡과 이어지는 5곡 모두 뉴올리언스에서 만든 가족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음악적 행로에 대한 확신을 확인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목가적인 포크와 대비되는 두툼한 기타가 번득대며 들고나는 곡들이다. 여기까지 앨범 [Peace]를 듣고 나면, 앤더스 오스본을 처음 만나건, 이미 알고 있었건 그의 음악 세계에 대한 신뢰를 넘어선 확신이 뿌듯하게 들기 시작할 것이다. 좋은 앨범이다.
PEACE
원본 지면 (p.60-61)· 2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