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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in Park
하이브리드락의 대표 밴드, 일렉트로닉과 결합한 두 번째 리믹스 앨범
2000년대 벽두에 데뷔 앨범 [Hybrid Theory]와 함께 락 씬에 파란을 일으켰던 린킨 파크(Linkin Park)는 그 후 지금까지 10년 이상 5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서 미국 주류 락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그들의 음악 자체가 ‘하이브리드락’이라 정의될 정도로 그들의 음악 속에 포함되어 있는 두 가지 요소-거친 기타 사운드 위의 하드코어식 샤우팅과 턴테이블리즘과 힙합의 리듬감의 랩핑의 적절한 활용-는 밴드의 음악적 성격을 규정하고 있는데, 바로 이 두 요소의 팽팽히 균형은 밴드의 두 명의 리더이자 각각 락적인 파트와 힙합적 파트를 책임지고 있는 체스터 베닝턴(Chester Bennington)과 마이크 시노다(Mike Shinoda)가 각자의 몫을 지키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밴드의 음악 속의 하이브리드를 융합하는 매개, 바로 ‘턴테이블리즘’은 때로 린킨 파크의 음악적 커리어 속에서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항상 선사해왔다. 바로 그들만의 주특기가 되어버린 ‘리믹스 하이브리드’ 작업물을 발표하면서 자신들의 음악을 스스로 재해석해내는 과정을 대중과 공유했던 것이다. 그 첫 번째 사례가 1집과 2집 [Meteroa](2003) 사이에 내놓았던 재조합 리믹스 앨범 [Reanimation](2002)이었고, 그 후 2년 뒤에는 제이 지(Jay-Z)와의 매시업 라이브를 MTV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적으로 갖고 이 결과물을 담은 특별한 EP [Collision Course](2004)를 통해 하이브리드락과 힙합 리듬의 순수한 결합을 잘 담아냈었다.
이제 그로부터 9년 만에 그들의 새로운 리믹스 앨범이 또 하나 공개되었다. 이번에는 타이틀이 [Recharged](재충전된)로 정해졌다. 이번 앨범을 내놓을 준비를 하면서 마이크는 이번 신보에 대해 밴드의 공식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Reanimation] 이후에 난 많은 사람들에게 그와 같은 리믹스 앨범을 또 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Living Things]의 음악들이 놀랍게 재해석된 것들을 듣기 시작했을 때, 결국 내 맘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Recharged]에 담긴 결과물은 분명히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다. 이 놀라운 프로젝트를 여러분께 하루 빨리 들려드리고 싶다.”
이번 리믹스 작업에는 푸샤 T(Pusha T), 닷식(Datsik), 킬소닉(KillSonik), 번 비(Bun B), 머니 마크(Money Mark) 등 힙합, 덥스텝, 일렉트로니카계의 다양한 DJ들이 출동해 그들의 지난 앨범 [Living Things]의 수록곡 10곡을 새롭게 재해석했다. 그리고 밴드는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와 작업한 새 싱글 ‘A Light That Never Comes’를 추가로 수록해 팬들의 신곡에 대한 갈증 역시 채워주었다. 이 곡은 마치 과거 이들의 히트곡이었던 ‘What I've Done’과 ‘Numb’의 속편과 같은 분위기 속에 스티브의 프로그래밍으로 인해 훨씬 댄서블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그루브를 담았다(앨범의 맨 마지막에는 이 곡 역시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의 리믹스 버전으로 변신한다).
이 신곡에서도 느낄 수 있듯, 이번 리믹스 앨범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하드코어-힙합-일렉트로니카의 실험적 결합의 양상이 짙었던 [Reanimation]과는 달리 매우 ‘댄서블한 일렉트로닉 리믹스’를 지향하고 있다. 마이크 시노다가 직접 리믹스를 한 곡인 ‘Castle Of Glass’의 리믹스는 원곡의 우울하고 처졌던 분위기를 일신하면서 확실한 일렉트로니카 트랙으로 거듭났으며, 킬소닉이 리믹스를 담당한 ‘Lost In The Echo’는 마치 스크릴렉스(The Skrillex)가 연상될 만큼 간주 파트에 덥스텝 브레이크를 과감히 삽입하고 좀 더 일렉트로닉 팝/락적인 분위기로 변화시켰다. 오리지널 앨범 버전 역시 전작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느낌을 전했던 ‘Victimized’는 엄청나게 빠fms 비트의 드럼 앤 베이스 리듬 위에서 후렴 파트가 원래 갖고 있었던 임팩트를 더욱 거칠고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편, 푸샤 티의 피쳐링으로 인해 일렉트로닉 힙합 분위기로 조금 부드럽게 변신한 ‘I'll Be Gone’, 하드코어 일렉트로니카가 된 ‘Lies Greed Misery’, 원곡은 락 발라드였지만 리믹스는 아울 시티(Owl City)를 조금 더 하드하게 잡은 신쓰 팝 리믹스가 되어버린 ‘Roads Untraveled’와 ‘Burn It Down’, 클럽을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하게 바뀐 일렉트로닉 락 리믹스 ‘Powerless’, 덥스텝의 기운을 또 한 번 진하게 느낄 수 있는 ‘Until It Breaks’의 리믹스에 이르기까지 린킨 파크가 아무리 DJ를 대동하는 락 밴드이지만 기존 이들의 하이브리드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일렉트로니카 밴드’로 변모시켜준 트랙들이 담겨있다.
린킨 파크의 그간의 음악을 단순히 ‘락’의 시선에서만 쳐다보고, 즐기고 있었던 이들에게는 이번 리믹스 앨범은 그렇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들이 견지했던 ‘하이브리드’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는 음악 팬들의 입장에서는 (일렉트로니카 트렌드 그 자체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충분히 몸을 맡기고 즐길 수 있는 음반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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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지면 (p.38-39)· 2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