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Death Angel

쾌감의 질주

조일동·p.34-35

[The Dream Calls For Blood]에는 멜로딕데쓰, 브루탈데쓰, 메틀코어 등 스래쉬의 이(異)버전은 단 1%도 섞여있지 않다.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무시무시한 속도감의 리프와 풍부한 기타 솔로, 리프를 지원할 뿐 아니라 적절하게 자기를 드러 낼줄 아는 드러밍, 거칠고 날을 잔뜩 세운 채 밴드를 갈아 마실 듯 달려드는 보컬까지 어디 하나 허한 구석이 없다.

데쓰 엔젤은 시작부터 최고였다. 멤버 전원이 10대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 [The Ultra-Violence](1987)의 지구력과 호흡, [Act III](1990)의 완성도는 의심할 바 없는 1급 스래쉬메틀 밴드의 전형이었다. 개인적으로 [Act III]는 1980년대 스래쉬메틀이 보여줬던 형식미의 핵심을 그대로 지닌 채, 이 장르의 확장이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지 확인시켜주는 탁월한 명반으로 평가한다. [The Ultra-Violence]를 데쓰 엔젤의 최고 명작으로 꼽는 이들도 많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데쓰 엔젤이 이 시대의 음악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단정 짓기도 한다. 각자의 취향이니 무어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최소한 10년의 공백을 깨고 등장했던 [The Art Of Dying](2004)의 정교한 연주는 시대와 무관하게 흠결 없는 완성도를 자랑했으며, 이후의 작품들 역시 만만히 볼 수 없는 수준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3년 만에 공개된 새로운 스튜디오 앨범인 [The Dream Calls For Blood]는 지난 2010년의 [Relentless Retribution]의 멤버가 그대로 참여하고 있다. 즉, 1집부터 함께 해온 롭 카베스태니(Rob Cavestany, 기타)와 마크 오세구에다(Mark Osegueda, 리드 보컬), 2001년 재결성부터 호흡을 맞춰 온 기타리스트 테드 아길라(Ted Aguilar)가 사운드의 핵을 쥐고 있다는 얘기다. 창단 멤버이기도 했던 앤디 캘리언(Andy Galeon, 드럼)과 데니스 페파(Denis Pepa, 베이스)의 자리를 채운 윌 캐롤(Will Carroll, 드럼)과 데미언 시슨(Damien Sisson, 베이스)은 우려했던 바와 달리 데쓰 엔젤 역사상 가장 빠른 스피드와 현란한 변박으로 채워진 신보의 리듬을 완벽하게 견인하고 있다. 두 대의 기타는 하나의 리프를 두고 좌우로 물고 물리다 유니즌, 다시 대위법적인 구성을 펼치는 등 범상치 않은 구성미를 끊임없이 연출한다. 쾌속 질주하는 리프 두 개가 만나고 헤어지며 만드는 사운드의 부피감이 엄청나다. 또, 정신없이 달리는 리프를 면도날로 잘라낸 듯 툭 끊어버리는 뮤트가 만드는 긴장감도 짜릿하다.

‘Son Of The Morning’의 스래쉬 리프 정글을 찢고 튀어나오는 오세구에다의 보컬은 너무나 유니크한 목소리로 누구도 대신할 수 없으며, 태풍처럼 몰아치는 ‘Fallen’의 절도 넘치는 리프와 하모닉스, 짧지만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기타 솔로, 여기에 화답하는 ‘떼창’의 배합은 초기 테스타먼트(Testament)가 연상될 만큼 멋진 장면이다. 인트로 격인 ‘Excution’의 처연한 어쿠스틱 기타는 고전적 락과 어쿠스틱 사운드로 채워졌던 카베스태니의 솔로 앨범 [Lines On The Road]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이 잔잔한 곡과 바로 연결된 ‘Don't Save Me’의 코러스의 메인 멜로디 라인을 품은 속도감 넘치는 리프로 나아가는 자연스러운 진행은 가히 관록의 밴드다운 모습이다. 더욱 빠르게 달려 나가는 ‘Caster Of Shame’의 멜로디, 테크닉, 속도감 등에서 정확한 균형을 유지하는 카베스태니의 솔로는 정점이다. 마지막 곡 ‘Territorial Instinct - Bloodlust’의 크런치 가득한 미드템포 리프까지 밴드는 단 한 번도 긴장감을 흐트러지지 않는 꽉 짜인 음악을 들려준다.

상업적인 성공이나 변화만이 최고의 가치인 평단의 평가 따윈 이들에게 중요치 않다. 걸어온 그 길을 언제나처럼 계속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항상 스스로를 벼리는 밴드일 것임이 확실하다. 이를 확인시켜주는 회심의 한 방이다. 쾌(快) 이외의 다른 표현을 찾을 수 없다.

THE DREAM CALLS FOR BLOOD

원본 지면 (p.34-35)· 2페이지

같은 호의 다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