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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um

10년 받고, 또 ‘10년 더’를 위한 가능성

한명륜·p.32-33

트리비움이 그들이 데뷔한 후 10년간의 세월이 흘렀다. 물론 이들의 존재가 스래쉬 시대의 열기를 완벽히 재현하지는 못했―고 지나간 것의 반복은 사실 향수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어렵지 않을까―지만 적어도 2000년대 이후 메이저 씬에서 이들만큼 평단과 매니아를 넘어서 대중적 인기를 이만큼이나 누린 밴드는 손에 꼽히는 정도다. 물론 이들이 메이저 씬에 등장했을 무렵 메틀(포괄적으로 뉴메틀까지를 보았을 때) 씬은 갓스맥(Godsmack)이라든가 에바네슨스(Evanessence) 등 흥미로운 밴드들을 갖고 있었지만 엄연히 씬 안에서의 움직임이었다. 이 점을 감안하면 트리비움의 성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특히 2009년 앨범차트 1위를 기록한 [Shogun]은 놀라웠다. 단순히 스래쉬 시대의 사운드적 기표를 차용한 데 그치지 않고 한 곡 안에, 그리고 한 앨범 안에 위험할 만큼의 여러 가능성을 결합시켜내는 도전성이 평단과 청중을 매료시킨 성과라 볼 수 있었다. 마침 바로 전 해에는 메틀리카의 ‘The Day That Never Comes’가 8주간이나 싱글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 해의 이러한 성과는 메틀 음악의, 그리고 음악 대중이 메틀 음악에서 찾고자 하는 의미를 생각하는 데 하나의 지표로 길이 남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작 [In Waves](2011) 역시 또 다른 의미에서의 성과였다. 특히 2010년 ‘Into The Mouth Of The Hell We Tour’ 중 탈퇴한 원년 드러머 트래비스 스미쓰(Travis Smith)를 대체한 밴드의 드럼 테크니션 닉 어거스토(Nick Augusto)가 밴드의 정규 멤버로 참여한 뒤 발표한 첫 앨범이었는데 이 역시 앨범 차트 13위에 안착하며 제2기의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사실 전작이 너무 성공을 거둔 터라 후속 드러머에게는 부담일 수 있었는데도, 전작의 분위기에 못지않은 퍼포먼스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한데 2011년 로드러너의 또 다른 공룡밴드인 드림 씨어터 역시 드러머를 교체한 새 앨범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으니, 트리비움이라는 밴드는 수비학(數秘學)적 호사가들의 관심마저 환기시키는 그야말로 스타 밴드의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2년만의 스튜디오 앨범이자 통산 6번째인 [Vengeance Falls]는 이러한 영광스러운 과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물론 [Shogun] 이후 이어지는 이들의 다채로운 리듬 운용력과 악상 전개가 일순간 폐기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드라마틱한 전개보다 직선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포문을 여는 ‘Brave This Storm’과 싱글 커트곡 ‘Strife’, ‘To Believe’ 등의 리프는 전작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질주감을 선사한다. 시작부터 16비트 피킹의 리프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곡의 기본 골조는 쿵쿵 찍어대는 8비트이다. 게다가 따라 부르기에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코러스 부분의 멜로디가 유려해 전체적으로 악상들이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로울링에도 능한 기타리스트 코리 비울리우(Corey Beaulieu)의 솔로잉 역시 긴박한 반복프레이즈가 주조를 이룬다.

물론 변화의 의지는 이런 식으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어쿠스틱 기타 인트로의 깊이감과 입체감, 코러스에서 긴 호흡이 돋보이는 ‘At The End Of This War’, 기타와 베이스의 디스토션 아르페지오가 맞물린 인트로의 ‘Villany Thrives’는 오히려 전작의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극대화한 사례라 하겠다.

트리비움 사운드의 주조, 혹은 ‘풍미’라면 역시 전 음역대가 고루 살아 있는 기타의 하이게인 사운드가 아닐까 싶다. 중음역대 부스트가 강한 뉴메틀 사운드와 달리 저?중?고 모두 잔뜩 독이 오른, 그러나 묘하게 통제된 듯한 사운드는 목줄이 걸린 괴수를 떠올리게 만든다. 최근 미국에서는 LP가 주목받으면서 포맷으로서의 음질이 아니라 진짜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필요로 하는 미디언, 예컨대 LP와 같은 매체를 위한 레코딩이 고려되고 있다. 국내 한 레코딩 전문가가 지적한 바 특히 리마스터링반의 경우 원래 소스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살린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트리비움 같은 밴드가 롱런할 수 있는 것은 ‘메틀의 회귀’ 같은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다양하고도 폭 넓은 사운드의 범위를 담아낼 수 있는 레코딩 관계자와 음반업자들의 새로운 관점에 의한 또 다른 종류의 진보가 아닐까.

VENGEANCE FALLS

원본 지면 (p.32-33)· 2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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