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동차 음향 스튜디오를 아시나요?

김범수 ('연합뉴스' 기자)·p.140

OPINION

자동차 음향 스튜디오를 아시나요?

글 김범수 ('연합뉴스' 기자)

독일 신문 'Suddeutsche Zeitung'은 BMW 로드스터 Z4에 대해 비틀즈의 명반 Sergeant Pepper가 다시 살아 돌아왔다고 평한 바 있다. 이 신문은 Z4의 '고동치는 베이스음, 날카로우면서도 밝은 트럼펫 소리', 공회전할 때에는 풍부한 웅웅 소리를 내다가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는 굵은 음색으로 포효하기 시작하여 마침내 질러대는 고음의 비명 소리'를 소음이 아닌 음악으로 정의한 것이다.

자동차 산업 역사상 처음으로 엔진 소리를 특허 등록한 BMW의 음향 연구소를 가보면 글로벌 명차 메이커들이 자동차에서 나는 소리를 최상의 음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첨단 시설을 갖춰 놓고 그 속에서 음향 전문가들은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배가하기 위한 최적의 음향을 창조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소리가 단순히 소음이 아니라 음향의 수준으로 격상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자동차의 격조있는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자동차에서 나는 엔진 소리마저도 품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게 BMW를 비롯한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들의 철학이다. 자동차 소리 자체가 음악인 셈이다.

독일 뮌헨 인근 애쉬하임에 위치한 BMW 테스트 센터에 설치된 음향 챔버는 자동차에서 나는 소리를 최적화된 음향으로 꾸미기 위한 첨단 장비들이 갖춰져있다. 또 BMW 그룹 내에서만 대략 150여명의 직원들이 이 분야의 연구에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애쉬하임의 음향 챔버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탄사를 자아낼 정도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그 어떠한 반향도 들을 수가 없는데, 밀폐된 음향 챔버 내에서는 공기마저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 엔진을 돌리는데 필요한 공기는 바닥에 설치된 탈착식 송풍기에 의해 인공적으로 공급되며 이 장치는 흡입 도관, 배기가스 배출장치, 회전 기구 등을 모두 바닥 아래쪽에 두고 있다. 심지어 타이어 소음도 거의 들을 수 없는데 이것은 트래드가 새겨져 있지 않은 슬릭 타이어를 휠에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엔진 소음을 그 어떤 간섭 요인의 영향 없이 기록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된다.

BMW측은 자동차 개발에 있어 음향 시험 과정은 거의 기본적인 코스로 자리잡았다고 전한다. 고객들이 단지 윙윙거리거나 덜컥거리는 소리가 없는 정숙한 상태만이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반영한 높은 수준의 음향 환경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BMW에서는 절대로 음향을 우연의 결과로 간주하지 않는다. 음향은 잘 짜인 전략의 산물로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열망과 발걸음을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윈도우 손잡이 부터 앞 유리창 워셔액 장치를 비롯해 사람과 차 간의 의사소통에 개입되거나 이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요소들이 모두 음향 설계에 포함된다. 이러한 요소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엔진 소리로 실로 엄청난 도전이 요구되는 분야라고 BMW 관계자는 전했다. BMW만의 고유한 음색을 담고 있어야 하는 동시에 각 모델 시리즈를 대변하는 독특한 특징도 지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7시리즈 차량은 부드럽고 정교한 소리를 내야 하고, Z4는 스포티하고 공격적인 음색을 내야 한다. 그리고 X5에서는 근육질의 강건한 소리가 잘 어울린다. 즉 같은 BMW지만 모델에 따라 세부적으로는 서로 다른 이미지에 맞는 음향적 특성을 창출해야만 하는 과제를 수행해야만 하는 것이타.

BMW 연구개발 센터의 음향 시험실에서는 실제 차량에서 나는 소리가 이상적으로 요구되는 소리에 일치할때 까지 엔진 등 자동차에 부착된 장치를 조율한다. 높은 속도로 회전하는 엔진소리가 디지털식으로 최적화된 소리와 완전히 일치될 때까지 엔진이 계속 조율돼 세상에 나오게 되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수입 브랜드에 맞서 프리미엄급 신차를 내놓으면서 부속 음향 기기도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명품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하만 인터내셔널 그룹의 최고급 브랜드인 렉시콘의 LOGIC7™ 사운드 시스템을 채택했다. 영국 롤스로이스에 채택된 이 시스템은 17개의 스피커에서 생생한 현장감과 박력있는 사운드를 공간감 넓게 구현하며 초저음 재생을 통해 부드럽고 안정적인 음질을 즐길 수 있다. 기아차는 모하비에 국내최초로 광케이블 방식의 멀티미디어 전용 네트워크를 활용한 리얼 5.1채널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해 사운드 데이터 손실을 최소화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크로스오버 차량 QM5에 국내 완성차 최초로 세계적인 프리미엄 오디오시스템인 'Bose' (보스)를 장착했고 SM7의 부분변경 모델인 SM7 뉴 아트(New Art)에도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달았다.

쌍용차는 체어맨 W에 마이바흐 등 최고급 세단에 장착되는 7.1 채널 17개 스피커로 구성된 하만 카돈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했다.

그러나 애쉬하임의 BMW 테스트 센터를 둘러보면 글로벌 명차가 되기 위해서는 최상의 성능을 지닌 파워트레인과 트랜스미션, 프리미엄급 부속 음향기기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람과 자동차의 격조있는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자동차에서 나는 엔진 소리마저도 품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게 BMW를 비롯한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들의 철학인 것이다. 자동차 소리 자체가 음악인 셈이다.

원본 지면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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