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L

얼어붙은, 그러나 격정의 대지

파워메틀 그룹 아이시드 어스(Iced Earth). 1985년부터 시작된 이들의 여정은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쉼 없는 격정의 시간을 보낸 아이시드 어쓰, 잠시 쉬어갈 만도 하지만 이들의 도전은 오히려 더 잰 걸음으로 이어진다. 얼어붙은 대지, 그러나 가슴은 뜨겁기만 하다.

홍재억·p.98-99

스톰라이더(Stromrider), 단테의 신곡, 코믹스 캐릭터 스폰(Spawn), 호러(Horror), 전쟁, 게티스버그(Gettysburg), 셋 아보미나에(Set Abominae). 이 모두는 미국 플로리다 출신 파워메틀 그룹 아이시드 어스의 23년 활동을 가능하게 한 받침목들이다.

[Night Of The Stormrider]에서 Stormrider 라는 이름을 빌어 인간의 욕심, 파멸을 그렸고, [Burnt Offsprings]에서는 신곡의 지옥편을 내용으로 삼아 어둡고 무거운 사운드를 토해냈다. [The Dark Sagal는 영화로 제작되어 유명한 캐릭터인 스폰을, [Horror Show]에는 앨범 제목에서 풍기 듯 늑대인간, 잭 리퍼, 임호텝(1m-Ho-Tep), 지킬과 하이드,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등 공포영화, 소설 주인공들을 등장시켰다. 그리고 [The Clorious Burden]은 실존 인물, 사건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전 앨범과 차별화 된다. 미국 독립전쟁, 9.11 사건, 워털루 전투, 훈족의 영웅 아틸라(Atilla), 미국 남북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였던 게티즈버그까지. [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와 [Framing Armageddon(Something Wicked Part 1)]은 리더 존 셰퍼(Jon Schaffer)가 만들어낸 아이시드 어스의 마스코트 '셋 아보미나에' 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것은 음악 내적으로 뿐 아니라 음악 외적으로도 아이시스 어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아이시드 어쓰는 자기 철학이 분명한 그룹이다. 가끔 '이들은 그룹을 결성하기 전 자기들의 세계관을 이미 정해 놓았고, 그것을 지금껏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게 아닌 가' 하는 생각을 해볼 때가 있다. 헤비메틀 대표 테마인 사회, 종교, 정치와 같은 현실세계에서 한 발 비껴나 SF소설과 같은 비현실적인 가상세계를 만들어 거기에 음악을 입혔다. 2집부터 최근작인 8집까지 아이시드 어쓰의 이러한 세계관은 꾸준하게 이어져오고 있다. 그리고 가상세계 속에서 힘을 얻고자 어둠을 택한 스톰라이더, 지옥여행, 드라큘라, 전쟁, 인류파멸 등 이미 알거나 아니면 어디서 한번쯤은 들었을 만한 익숙한 내용을 아이시드 어쓰 틀에 넣어 이야기를 엮어냈다. 또한 눈 여겨 볼 것은 대부분 캐릭터들이 소외되어 있고 비극적인 결말을 갖는다는 점이다. 전쟁터에서 쓸쓸히 죽어가는 병사들의 모습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아마도 현실세계를 포기하는 대신

[사진: 아이시드 어스 밴드 사진]

현실세계의 추악한 면을 자신들의 가상세계로 옮겨 그리고자 했던 의지표현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각 캐릭터들의 면모가 왜 그렇게 외롭고 슬펐는지에 대한 답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위에 언급한 받침목들은 분명 아이시드 어쓰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이렇듯 확고한 자신만의 세계관, 신념이 없었더라면 그토록 극심한 멤버교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다. 아이시드 어쓰, 이름 그대로 척박한 대지 위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그것이 비록 비현실적인 세계일지라도 자신의 지조가 있었기에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그렇다면 얼어붙은 대지, 꽤 잘 지은 이름이다.

아이시드 어쓰는 1985년 퓨거토리(Purgatory)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곧이어 현재 그룹명으로 개명을 하고 5년 뒤인 1990년에야 첫 번째 앨범 [ced Earth]를 발표한다. 이 당시 사운드는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과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와 아이언 메이든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존 셰퍼의 인터뷰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어 다음해인 1991년 두 번째 앨범 [Night Of The Stromrider]를 내놓는데, 이때부터 아이시드 어쓰는 헤비메틀계에 주목할 그룹으로 서서히 존재를 부각시킨다.

결성 10년째인 1995년 존 셰퍼는 자신의 오른팔인 보컬리스트 맷 발로우(Matt Barlow)와 함께 세 번째 앨범 [Burnt Offerings]을 만들어낸다. 아이시드 어쓰에서 작곡자, 작사가, 그룹 결성자, 리더, 기타리스트, 대변인은 모두 존 셰퍼 차지이다. 이들의 팬이라면 아이시드 어쓰에서 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이시드 어쓰의 보도자료는 모두 존 셰퍼라는 인물에서 나온다. 또한 아이시드 어쓰의 음악, 세계관 역시 존 셰퍼를 통해 만들어진다. 그는 가희 아이시드 어쓰에서 독재자라 할 수 있을 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존 셰퍼와 동급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멤버가 바로 맷 발로우이다. 그는 아이시드 어쓰의 목소리' 라는 별칭을 갖고 있으며 존 셰퍼를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맷 발로우의 가입은 아이시드 어쓰 사운드에 변화를 일으켰다. 그의 거칠고 묵직한 저음은 점점 더 강력해지는 사운드와 만나 천군만마의 상승효과를 만들어냈고, 거칠 것 없었던 존 셰퍼의 독재정치에 야당 대변인 격으로 견제를 하면서 현재 아이시드 어쓰라는 그룹의 틀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체제가 안정화된 뒤 1996년 네 번째 앨범 [The Dark Sagal, 1998년 다섯 번째 앨범 [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를 연이어 내놓는다. 이 두 앨범은 이들의 대표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진화된 스래쉬메틀의 전형을 보여주는 [Dark Saga]와 지금의 아이시드 어쓰 사운드를 정착시킨 [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 리프만들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존 셰퍼(아이러니 하게도 기타 솔로는 거의 치지 못한다고 한다), 힘에서 만큼 테스터먼트(Testament)의 척 빌리(Chuck Billy)에 뒤지지 않는 힘꾼 맷 발로우의 조화는 Violate', The Hunter, Something Wicked 3부작 Prophecy, Birth of The Wicked' The Coming Curse와 같은 명곡을 만들어냈다. 이들의 질주는 2001년 여섯 번째 앨범 [Horror Show]까지 이어진다. Wolf, Phantom Opera Ghost' 같은 곡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위기가 찾아온다. 맷 발로우가 탈퇴를 선언한 것이

[캡션] 헤비메틀 대표 테마인 사회, 종교, 정치와 같은 현실세계에서 한 발 비껴나 SF소설과 같은 비현실적인 가상세계를 만들어 거기에 음악을 입혀 오고 있다.

[캡션] 팀 리퍼 오웬스의 가입으로 아이스드 어쓰는 한층 진화된 음악세계를 보여주었다.

다. 그의 굳은 결심에 존 셰퍼는 결국 동의를 하고 새로운 아이시드 어쓰란 이름대로 인물을 찾게 된다. 얼마 뒤 새로운 보컬리스트를 발표하는데 그는 바로 주다스 프리스트 출신 팀 오웬스(Tim Owens)였다. 묵고 있던 호텔에서 Rob Halford Is Back In Judas Priest 라고 적힌 이메일을 받고 쓸쓸히 짐을 쌓아야 했던 팀 오웬스를 맷 발로우 후임으로 영입을 한 것이었다. 또한 존 셰퍼가 "다음 앨범 사운드가 맷 발로우와 맞지 않았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미루어 이미 맷 발로우의 탈퇴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의 탈퇴에 대해 '팀 오웬스로는 아이시드 어스를 유지할 수 없다. 맷 발로우를 돌려 달라' '주다스 프리스트를 통해 실력이 입증된 팀 오웬스, 그의 가입을 축하한다' 와 같이 팬들의 반응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이는 아이시드 어쓰에서 맷 발로우의 비중을 확인할 수 있는 실례라 할 수 있다.

새 보컬리스트를 맞이한 아이시드 어쓰는 이전까지 함께했던 '센추리 미디어'를 떠나 'SPV'로 레이블을 교체하며 2004년 일곱 번째 앨범 [The Glorious Burden]을 내놓는다. 이 앨범은 이들의 작품 중 가장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팀 오웬스의 강철 샤우팅과 더불어 쉴 틈을 주지 않는, 뻑뻑하기 이를 데 없는 사운드는 맷 발로우에 대한 아쉬움을 무색케 했다. 'Declaration Day', 'The Reckoning', 'Green Face', 'Red Baron/Blue Max'에 이르는 숨 가쁜 질주와 러닝타임 31분 55초 게티즈버그 3부작 'The Devil To Pay', 'Hold At All Costs', 'High Water Mark'의 웅장함까지 이들의 역량이 극대화된 앨범이었다. 어떻게든 전임 멤버와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팀 오웬스는 주다스 프리스트에서 쫓겨난데 대한 한풀이를 하듯 전매특허인 고음과 한층 강화된 리듬감으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The Devil To Pay'에서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연결되는 그의 보컬은 엄지손가락을 내세울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 높은 역량을 선보였다. 그의 가입은 대외적으로 실보다 득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팀 오웬스의 인지도가 아이시드 어쓰의 이름값을 높인 것은 틀림없었고 그것이 앨범 판매량이나 음악 페스티벌 참가 횟수를 올리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아이시드 어쓰는 거대 공룡그룹들 바로 밑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르게 된다. 또한 이 앨범은 국내 최초로 라이센스된 아이시드 어쓰의 작품이란 점에서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몇 년 뒤 존 셰퍼는 자신의 숙원이었던 [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의 Something Wicked 3부작을 컨셉트로 한 앨범계획을 내놓는다. 그것은 아이시드 어쓰 마스코트 '셋 아보미나에을 주인공으로 인류파멸의 내용을 담은 [Framing Armageddon(Something Wicked Part 1)]과 [Revelation Abomination(Something Wicked Part 2)]을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드디어 2007년 무려 19곡이 담긴 파트 1이 발매된다. 그렇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삽입곡 식으로 짧게 들어간 곡이 8개이므로 11곡이 수록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Framing Armageddon(Something Wicked Part 1)]은 존 셰퍼 만큼이나 팬 역시 기다려왔던 앨범이었다. Something Wicked 3부작이 미완성임을 공공연히 밝혔고, 언젠가는 완성작을 만들겠다는 말을 되풀이해왔기에 그 기대감이 어느 앨범보다 컸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팬들 사이에서 조금씩 무엇인가 아쉽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앨범을 두장으로 나누어 제작하다보니 전체적인 긴장감이 이전에 비해 떨어진다', '19곡은 과욕이었다', '맷 발로우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등이었다. 'A Charge To Keep', 'Ten Thousand Strong', 'The Clouding'과 같이 이름값에 걸맞는 곡들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Something Wicked의 완성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파트 2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당장은 아쉬움이 남는 앨범이었다.

2007년 12월 존 셰퍼는 팀 오웬스에게 해고통지를 담은 이메일을 보낸 뒤 맷 발로우의 재가입을 공식발표했다. 보컬리스트 교체는 팬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결론이었다고 밝혔지만 당사자인 팀 오웬스는 이야기 한 마디 없이 일방적으로 당한 해고였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쉬움은 뒤로 하고, 앞으로 궁금한 점은 파트 1이 이미 나온 상황에서 맷 발로우가 참여하는 파트 2가 과연 전작과 얼마나 연결이 되는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 그리고 아이시드 어스답게 아예 파트 1 보컬 파트를 재녹음해 내놓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자못 궁금하다. 아홉 번째 앨범 [Revelation Abomination(Something Wicked Part 2)]은 2008년 가을 발매예정이다.

이 글을 읽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이시드 어스에 존 셰퍼와 맷 발로우 밖에 없느냐, 왜 다른 멤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느냐 하고. 그 의문점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2008년 4월 현재 아이시드 어쓰를 거쳐간 뮤지션은 모두 20명으로 각 앨범 참여멤버도 거의 대부분 틀리다. 그리고 최근에는 홈페이지에 'Member' 또는 'Current Member'가 아니라 노골적으로 'Touring Lineup'으로 표기하고 있다. 앞서 잠깐 언급하기도 했지만 아이시드 어쓰는 존 셰퍼라는 한 인물이 이끌어가는 그룹이다. 앨범에 참여한 멤버들은 앨범참여 멤버이고, 투어에 참여한 멤버는 투어링 멤버일 뿐이다. 자신과 맞지 않다고 결론 내리면 가차 없이 해고를 하고 만다. 이것이 아이시드 어쓰가 비판받는 점 중 하나이다. 이런 이유로 존 셰퍼, 맷 발로우, 팀 오웬스 뺀 다른 멤버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이렇게 잦은 멤버교체에도 사운드가 일정한 방향으로 유지되고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들의 저력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이시드 어쓰에 안티가 생기는 또 하나의 이유, 존 셰퍼의 극단적 애국주의(Pro-American) 발언이다. 일전에는 노골적인 애국주의 발언으로 함께 투어를 돌던 인 플레임스(In Flames)와 설전이 오갔다고도 한다. 아이시드 어스 음악 중에는 게티즈버그 3부작이, 발언 중에는 이라크전쟁을 해방전쟁으로 주장한 것이 극단적 애국주의의 결정판이다.

끝으로 멤버교체로 인한 어려움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며 앞으로 나올 파트 2도 잘 마무리했으면 한다. 그리고 다다음 앨범에서는 어떤 받침목을 선택할 지 궁금해진다.

[사진: 밴드 공연 사진 — 사진 위 캡션] [?판독불가 — 약 5줄: 사진 하단 캡션 영역]

원본 지면 (p.98-99)· 2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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