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REPORT

Arch Enemy in Seoul

'World Tyranny Tour 2008'의 마지막을 장식한 서울공연

송명하·p.95

2003년 부산국제락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첫 번째 내한 무대를 가졌던 아치 에너미의 두 번째 내한공연이 지난 3월 15일, 동대문에 위치한 서울패션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런 류의 공연이 그렇게 많이 열린 적이 없고, 공연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무척 협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계획된 6시 공연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관객을 위해 번호표를 나눠주고 일사불란하게 통솔하는 모습은 최근 공연가운데에서 눈에 띄는 깔끔한 모습이었다. 오프닝을 맡은 다크 앰비션과 크래쉬의 공연이 모두 끝난 뒤 아치 에너미가 무대에 선 시간은 8시가 넘어서였다. 크래쉬는 다시 복귀한 윤두병의 모습이 무척 반가웠지만, 한 시간 가량 이어진 그들의 무대에 관객들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실 안홍찬은 무대 위에서 아치 에너미만 보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객석의 도발을 유도했지만, 운집한 관객의 대부분이 바로 아치 에너미를 위해 그 자리에 있었음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을 듯 하다. 크래쉬의 공연이 끝나고 다시 30여 분이 지난 뒤 드디어 아치 에너미가 등장했다.

MR 반주로 이루어진 인트로를 뚫고 무대 뒤에서 뛰쳐나온 안젤라 고소우의 광폭한 보컬은 공연의 시작과 동시에 관객을 흥분상태로 만들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공연장의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는 보컬과 드럼 소리 뿐이었다. 두 아모트 형제가 기분 좋은 얼굴로 기타 연주에 몰입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무대 위에서의 모니터는 웬만큼 잘 되었던 듯 싶지만, 어쨌든 공연의 사운드 면에서는 커다란 아쉬움이 남았다. 더구나 아치 에너미의 가장 커다란 특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멜로딕한 기타 사운드가 거세되었다는 점. 혹자들은 공연이란 말 그대로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사운드란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공연장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가지고 있는 오디오의 한정된 출력과는 180° 다른 대형 PA시스템의 압도적인 음량에 매료되어 공연장을 찾는 관객 역시도 많다는 이야기다.

깔끔하고 편의 시설이 잘 된 듯 보이긴 했지만, 공연장 역시도 그다지 만족점을 받을 만한 장소는 되질 못했다. 서울패션아트홀은 반사음이 강해서 위치에 따라서 그 사운드가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 이외에도 카페트로 된 바닥이 젖지 않기 위해 음료수 반입이 되지 않는 독특한 공연장이었다. 헤비메틀 공연은 무대 위의 연주자들 못지 않게 무대 아래의 관객에게도 커다란 체력소모를 요구하는 공연이다. 공연을 놓치지 않기 위해 힘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밖에 충분한 수분 공급을 하지 않는다면 쉽사리 탈진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런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언제나처럼 관객들은 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거침없는 모슁과 슬램, 파도타기는 물론 첫 곡 'Blood on Your Hands'의 후렴구 'Remember'를 목이 터져라 합창하는 모습이나, 마이클 아모트의 기타 솔로시 'Intermezzo Liberte'의 기타 멜로디를 함성으로 따라하는 장면 등은 여느 대형 공연에 필적할 만큼 대단했다.

내한공연에 앞서 가졌던 일본 공연에서는 섀도우스 폴과 합동공연을 가졌던, 월드투어 'World Tyranny Tour 2008'의 마지막을 장식한 서울공연. 물론 매니지먼트나 개런티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국내의 사정상 따로따로 공연을 유치하지 않고 일본과 같이 합동공연을 펼쳤으면 더욱 멋진 공연이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많지 않은 국내 메틀팬이 3월 초의 섀도우스 폴 공연과 그렇게 시기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는 아치 에너미의 공연에 분산되어 결과적으로 두 공연 모두 집객에 실패한 공연이 되었으니 말이다.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성사시킨 기획사 측에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렇게 쌓여 가는 조그만 불만들은 이후 이어질 많은 공연에 있어서 기획자에게나 뮤지션, 또 관객 모두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음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지난 해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를 뜨겁게 달궜던 라우드파크의 코어 부분에 해당했던 아치 에너미의 공연이 오버랩되어, 일말의 아쉬움이 자꾸만 남는 공연이었다.

원본 지면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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