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 IN PEACE
Jeff Healey
암으로 사망한 블루스 뮤지션
오랜 시간 동안 암과의 투병으로 고생하던 제프 힐리가 지난 3월 2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사망했다. 그는 암 선고를 받은 이후에도 결코 연주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극도의 육체적 고통 때문에 기타 치는 자체를 힘들어 했던 때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신보 제작을 끝냈다. 그런데 이 신작이 세상에 발매되기 하루전에 죽어 주변에 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인용박스] "최초로 불이 붙는 감각, 촉각은 종종 마지막까지 타오른다. 우리의 눈이 기능을 상실한 후에 우리의 손은 오랫동안 세상에 충실하다. 마지막 출발을 묘사할 때 우리는 촉감을 잃는다고 말한다." (프레데릭 작스의 '과학' 중에서)
글 조성진 편집장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물의 깊이와 매끄러움, 부드러움, 강도 등을 본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은 사물의 향기도 본다. 예를 들어 화가가 세상을 표현하려면 색상은 보이지 않는 세상 전체를 드러내도록 배열되어야 한다. 반면 시각장애 예술가는 이미지 대신 보다 직접적인 감성의 세계인 청력과 촉각을 빌려 내면의 향기를 해석하고 연출한다. 볼 수 없는 만큼 감각기능이 일반인에 비해 더욱 민감하게 진화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966년 3월 25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제프 힐리는 불과 1살때부터 시력을 잃어버린 시각장애인 블루스 기타리스트다. 3살때부터 기타를 익히기 시작한 그는 이후 빠르게 실력이 향상되어 1985년 여름 스티비 레이본과의 잼 세션을 통해 그 잠재력을 크게 인정받았다. 이때 스티비 레이본은 "제프 힐리야말로 기타 표현양식의 혁명을 가져올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제프 힐리는 이후 1988년 데뷔앨범 [See The Light]를 발매하며 블루스라 기타의 새로운 총아로 떠올랐고 그래미어워즈와 빌보드 등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대중성과 음악성 모두를 거머쥘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영화 Road House의 음악을 맡기도 했으며 블루스와 재즈 관련 음반을 1만여장이 넘게 수집하기도 한 컬렉터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만큼 제프 힐리의 손맛은 과연 예리하고 날카롭기 그지 없다. 그는 왼손 엄지로 현을 잡아 끌듯이 강하게 끌어 올리는 특유의 벤딩은 소름 끼칠만큼 강렬한 필을 선사한다. 또한 기타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왼손의 다섯손가락을 모두 사용하는 색다른 블루스 어프로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프레이즈를 연속적으로 몰아가는 위협적인 집중력도 그의 연주에서 맛볼 수 있는 짜릿한 강렬함이다. 비록 연주방식에 있어서는 이색적인 방식들을 보인 그이지만 그럼에도 총론적으론 어디까지나 정통 블루스에 충실한 음악세계를 추구했다.
몇 년동안 암과의 사투를 벌인 그였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신작이자 결국 유작이 되어버린 [Mess Of Blues]는 비록 예전 앨범들에 비해 연주의 날카로움이나 강렬함, 정확도 등이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경을 넘나드는 극한의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기타를 놓치 않고 플레이를 하다가 죽었다는 것은 진정한 인간승리로 다가온다. 'Like A Hurricane' 에서처럼 미스톤이 자주 나오는 등 정확도가 떨어지는 솔로잉이지만 그 진지함은 감동적이거나 'How Blue Can You Get' 에서처럼 절절함이 묻어나오는 연주들이 그 좋은 예다. 반면 'Jambalaya' 처럼 리듬을 유연하고 경쾌하게 타는 가운데에서도 농도 짙은 솔로잉을 펼치는 연주도 있는데, 이것은 연주자 자신의 기분 상태가 좋지 않다면 결코 나오기 힘든 것이다. 'Sittin' On Top Of The World' 의 경우 암과 투병 중인 기타리스트의 연주라고 하기 힘들만큼 예리함과 열정의 솔로잉을 들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신작은 비록 기타의 미스톤이 눈에 띄게 많이 들리고 있음에도 암과의 치열한 사투를 펼치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해 음 하나 하나가 오열로 다가오는 것만 같다.
[사진: 제프 힐리 흑백 사진 — 기타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 앨범 커버 — Mess Of Blues (2008), 해외발매]
원본 지면 (p.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