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음악

책 속에 숨어 있는 음악

우주의 전사 (STARSHIP TROOPERS) • 박찬욱의 오마주 • 치통, 락소년, 꽃나무

홍재억·p.130-131

아마도 문화예술 분야에서 인간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음악일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 자장가를 듣고, 죽어 곡소리를 듣는다. 벨소리에 잠을 깨고, 심장 고동소리에 잠을 잔다. 일상생활에서도 음악은 인식하지 못할 뿐 우리 곁을 계속해서 맴돈다. 이제부터 이런 우리 일상 속 음악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주 뻔한 이야기일 수도, 아주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어떤 음악이 들리고, 보이고, 느껴지는지.

[우주의 전사]

'스피커에서 목초지대(Meadowland)의 연주가 들려오기 시작했다.(중략) 그때 전세계에서 가장 달콤한 멜로디가 들려 왔다. "빛나는 그 이름, 라저 영의 이름이여!!"'

로버트 A. 하인라인(Robert A. Heinlein)의 대표작 '우주의 전사' 에서 주인공 조니 리코가 전쟁터에서 우연히 Meadowland 를 듣게 되는 장면이다. Meadowland 의 등장은 살벌한 인육전시장에 한 순간 짧은 평온을 불러오는 역할을 한다. '우주의 전사'는 사실적인 묘사와 노골적인 폭력 긍정론으로 1959년 출판 당시 뜨거운 찬반논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1997년 폴 베호벤(Paul Verhoeven)이 영화로 제작했다. 1940~1950년대 SF문학의 황금기를 이끈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1960년 휴고상(The Hugo Award)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했다.

• Meadowland

러시아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레프 콘스탄티노비치 크니페르(Lev Konstantinovich Knipper)가 작곡한 곡이다. 1934년 발표한 4번 교향곡 To The Komsomol Fighters'에 들어있는 작품으로 러시아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도 러시아 붉은 군대 합창단의 단골 레퍼토리로 연주되고 있다. 목초지라는 뜻의 제목에 풍기는 편안함과 달리 페이드인/페이드아웃 되는 선동적인 음률에서는 파시즘 기운이 풀풀 풍긴다. 발표 당시 스탈린주의자들의 후원을 받았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작곡가인 레프 콘스탄티노비치 크니페르는 러시아 미래파(Russian Futurism) 일원이었으며 20개의 교향곡, 10개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말러(Mahler)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박찬욱의 오마주]

[사진: 책 '오! 박찬욱' 표지]

영화감독 박찬욱이 감독 데뷔 전 썼던 글을 모은 책이다.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비디오드럼' 이 원제로 2005년 지금의 제목으로 바뀌어 재발간되었다. 박찬욱은 스파이크 리(Spike Lee)의 1990년작 '모 베터 블루스(Mo Better Blues)' 를 검은' 사람이 아닌 검은 '사람'의 드라마라고 강조한다.

'흑인들은 더 이상 불쌍하고 우매한 프롤레타리아로 표상되지 않는다. 그들은 당당한 예술가이며, 하릴없이 빈둥거리거나 무차별하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

스파이크 리와 박찬욱의 만남, 팽팽함을 예상했으나 결과는 의외의 뜨거운 포옹이었다. 어떤 이는 주연을 맡은 덴젤 워싱톤(Denzel Washington)을 두고 재즈 그 이상을 연기한다 고 말을 하기도 했다. '모 베터 블루스'는 사운드트랙으로 더욱 잘 알려진 영화이다. 20세기 후반 대표적인 음악영화 중 하나.

• Mo' Better Blues

이 영화 사운드트랙을 작곡한 사람은 스파이크 리의 아버지 빌 리(Bil Lee)이다. 그는 아들의 1989년작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 에서도 같이 작업을 했다. 음악 Mo' Better Blues'는 영화보다 더 유명세를 탔다. 핸드폰 벨소리,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너무나도 흔하게 들었던 곡이다. 또한 아직도 웬만한 카페에서 이 곡을 듣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실제 영화에 삽입된 곡은 브랜포드 마살리스 쿼텟(Brandiord Marsalis Quartet)과 트럼펫 주자 테렌스 블랜차드(Terence Blanchard)가 연주했다. 한번 듣고서도 콧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는 친숙한 멜로디의 Mo Better Blues', 귀가 호강한다.

[치통, 락소년, 꽃나무]

[사진: 소설 '치통, 락소년, 꽃나무' 표지]

신인작가 박상의 단편소설이다.

'세상에 넘쳐나는 악당들 말고 왜 내가 썩은 치아 때문에 죽어버려야 하는지 궁금했지만, 입속에서 메가데쓰의 [Killing Is My Business] 앨범이 통째 공연하는 것 같은 치통 때문에 질문은 관뒀다.'

2000년대 들어 국내 문학계에서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 주도권을 잡고 있던 민족문학계열 작가들이 서서히 밀려났고, 그 자리를 2,30대 젊은 작가들이 치고 들어와 앉았다. 이들은 '사실주의, 이 에서 한발 빗겨 개인적인, 관념적인 그리고 소소한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한다. 이 작품의 얼개도 현실과 비현실, 두 공간 속에 걸쳐있는 한 젊은이의 일상생활 이야기이다. 메가데스(Megadeth)의 한국 문학계 데뷔, 축하할 일이다.

• [Kiling Is My Business... And Business Is Good!]

메틀리카에서 해고된 데이브 머스테인(Dave Mustaine)이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메가데쓰 데뷔앨범이다. 메틀리카를 향한 서슬 퍼런 복수의 칼날이 데이브 머스테인 재갈 보컬에 실려 앨범 전체를 어두운 기운으로 감싸고 있다. Kiling Is My Business.. And Business Is Goodl', Mechanix 를 듣노라면 그의 집념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다. 앨범 자켓 역시 무시무시하다.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는 자, 이 앨범을 들어라. 분노를 극한으로 몰아 지쳐 잠들게 할테니. 재미있는 것은 이 앨범이 아직 라이선스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도 살 사람은 이미 다 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달의 탈락지]

홍콩 19음도 35

비윤리적인, 반도덕적인 저자의 이름 때문이다. 또한 책에 나오는 오페라 '금발의 비너스'가 실제로 존재하는 작품인지 확인하지 못한 것도 탈락이유다.

테오도르 W. 아도르노(Theodor W. Adorno)의 '미학이론'

이 책을 읽었을 당시 가졌던 '고통'이 떠올라 1번타자로 탈락시켰다. '예술에 관한 한 이제는 아무것도 자명하지 않다는 사실이 자명해졌다',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이윤기의 '나무가 기도하는 집'

잔잔한 내용이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소설로 꼭 실으려 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아픔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인 관계로 눈물을 머금고 제외했다.

탈락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쫄병시대]

1983년 '대학별곡'으로 등단한 김신이 1988년 실천문학사에서 발표한 두 번째 장편소설로 무료하고 의미 없는 병영생활을 꼼꼼하게 그렸다. 고로 완독이 매우 힘든 작품이다.

'문득 그 질주하는 차 속에서 커다란 목청의 노래소리가 들렸다. 정말 그랬었다. 남쪽나라 십자성은 어머님 얼굴, 꿈에 그린 고향산천 눈에 어리네.'

남쪽나라 십자성은 어머님 얼굴, 눈에 익은 너의 고향 꿈속에 보면 꽃이 피고'로 이어지는 '고향만리'의 가사를 잘못 적은 듯하다. 군대가 배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실수이다. 김신의 '대학별곡'과 '쫄병시대'는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출판사 역시 실천문학사이지 않은가.

• '고향만리'

유호 작사, 박시준 작곡으로 1969년 발표되었다. 히트곡 제조기 박시춘의 애달픈 선율과 중국에서 성악을 공부한 뒤 귀국해 '신라의 달밤', '비 내리는 고모령' 등으로 최고 인기가수 반열에 있던 현인의 재즈 영향을 받은 듯한 창법이 듣는이의 콧등을 시큰하게 한다. 역발상의 이국적인 멜로디로 향수를 이끌어내는 편곡 또한 절묘하다. 현인 특유의 바이브레이션과 음의 분절은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서 그 예를 찾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그만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이런 점에서 보면 김정구 또한 타 가수와 차별화 되는 창법으로 유명했는데 '눈물 젖은 두만강', '낙화삼천'이 그 대표곡이다. 현인은 2002년 사망했으며 1000여 곡이 넘는 노래를 남겼다. 고향인 부산 영도대교에 그의 곡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고래사냥]

최인호가 1983년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자칭 도사 민우와 띨떨한 대학생 병태가 벙어리 창녀 춘자의 고향을 함께 찾아가는 로드무비 형식의 작품으로 1984년 배창호 감독에 의해 같은 이름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1974년 작 '바보들의 행진' 속편 격으로 알려진 '고래사냥'은 암울했던 1980년대 사회상과 그 속에서 낭만과 희망을 찾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좌충우돌 여정을 담고 있다. 출판 당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으며 현재는 절판되어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최인호의 시원시원한 문체가 잘 묻어나있는 작품, 꿈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다. 책 뒷표지에 이렇게 써져있다. '우리들의 용감한 고래사냥꾼 병태, 민우 그리고 춘자! 이들이 펼치는 현대판 청춘 서유기!'

• '고래사냥'

하길종 감독이 연출한 1975년 작 '바보들의 행진' 사운드트랙에 실린 곡이다. 최인호 가사, 송창식 작곡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군부독재 시절이었던 1970년대 청년문화를 대변하는 곡으로 지금까지 그 영향력은 유효하다. 히피 내음 물씬 풍기는 사운드와 가사가 그 당시 젊은이들의 가슴 속에 어떤 불을 질렀는지 짐작하고 남는다. '고래사냥'만큼 통기타와 잘 어울리는 곡이 있을까? 완행열차도 마찬가지다. 송창식은 이 노래에 대해 "세대와 대치하는 어떤 메시지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항성은 의식하지 않았다는 것이죠."하고 밝히고 있다. 예술은 강제하지 않아야 그 꽃을 제대로 피울 수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참고로 영화 '고래사냥'에는 노래 '고래사냥'이 나오지 않는다.

[머나먼 쏭바강]

'왕릉일가', '우묵배미의 사랑'의 작가 박영한이 1978년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원래 1977년 중편으로 발표했다가 이듬해 장편으로 개작해 제2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머나먼 쏭바강'은 전쟁 속에서 얼키고 설킨 인간들의 한심한 짓거리를 저자의 베트남전쟁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작품이다.

그미의 목덜미 뒤로 구슬픈 단조(초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짓밟힌 민족이 가지는 눈물과 퇴폐의 냄새가 그 노래에 배어들어 있었다. (중략) "무슨 노래냐?" "월남의 평화. 깐 리(Khanh Ly)의 노래야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쟁터에서도 음악은 흘러나온다. 그 배경이 창녀촌이라는 점이 가슴을 무겁게 하지만, 그리고 건조하고 냉정한 박영한의 문체가 그 안타까움을 더욱 크게 한다.

• 깐 리

깐 리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여가수로 알려져 있다. '머나먼 쏭바강'에 나오는 '행복한 노래'를 찾아봤지만 실패했다. 저자에게 직접 묻는 수밖에 없겠다. 깐 리는 연인이자 음악동반자인 친꽁선(Trinh Cong Son)을 만나 1967년 [Nhac tuyen 1]으로 데뷔했고 베트남 종전 후 보트피플로 미국에 정착해 살고 있다. 독특한 발음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그의 장점이다. 친꽁선은 조안 바에즈(Joan Baez)에 의해 베트남의 밥 딜런(Bob Dylan)이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던 작곡가이자 사회운동가이다. 베트남 현대음악을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600개가 넘는 곡을 남겼다. 'Diem Xua'가 대표곡으로 뽑힌다.

원본 지면 (p.130-131)· 2페이지

같은 호의 다른 기사